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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천년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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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천년의 바람

입력
2007.06.0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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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하면 되리라"던 三千浦 바다의 시인박재삼 / 민음사

시인 박재삼이 1997년 6월 8일 64세로 별세했다. 벌써 10년이 흘렀지만 그 날의 기억은 어제처럼 또렷하다. 일요일이었다. 늦잠에 빠져있다가 그의 별세 소식을 듣고 회사로 나와 마감시간에 대느라 스크랩을 뒤적여가며 부고 기사를 썼다.

생전에 그를 만난 적은 없었지만, 그의 가난과 병고와 설움이 그의 시편 저쪽에서 소리 죽여 울려왔다. 이후 그의 고향 삼천포를 취재차, 혹은 그 깨끗한 바다를 보고 싶은 욕심에 몇번 찾아갔다. 지금도 그의 시구대로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면 삼천포 앞바다로 가고 싶어진다.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울음이 타는 가을 강’ 전문).

평론가 김주연의 말대로 박재삼의 시는 “타고난 동양적 숨결의 소산”이다. 어떤 관념적 희롱이나 조작된 언어 없이도, 그의 시는 우리 현대시의 우뚝한 봉우리다.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 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천년의 바람’ 전문).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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