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참으로 말을 많이 한다. 그의 주변 사람들은 이런 대통령을'토론의 달인'으로 평가하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걸핏하면 "토론을 하자"고 달려든다.
토론으로 누가 노무현을 당해낼 수 있겠냐는 투다. 그런데 대개는 대통령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인 주장과 반박만 할 뿐 상대방의 비판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자신들 스스로 '업적'을 평가하겠다며 만든'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지난 2일 노 대통령은 장장 4시간 동안 말들을 쏟아냈다. 대통령의 연설 시간으로 아마도 기네스북에 오를 만하다.
지지자들도 열광적이었다. 웃기지도 않은 말 한마디, 동작 하나에 박수와 웃음이 쏟아졌다. 그런데 그걸 본 많은 국민은 쓴웃음을 지었다. 국민한테 문제가 있는 것인가? 노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언론이 왜곡을 일삼고, 잘못된 이미지를 덧씌우는 바람에 국민이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경제에 대한 평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노 대통령은 그날 연설에서 "(경제는) 증거와 지표로 말하자"면서 "올라가야 할 것은 다 올라가고, 내려가야 할 것은 다 내려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기초체력이 강해지고 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참여정부 정책이 원칙에 충실했던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그 동안 참여정부의 경제실정을 비판해온 많은 언론과 국민은 허깨비를 보고 손가락질을 한 것인가?
문제는 결국 지표와 체감 경기의 괴리에서 비롯된다. 노 대통령은 "지표를 보니까 그래도 참여정부가 어지간히 노력해서 (양극화 현상이) 더 나빠지는 것을 붙들어 놓았다"면서 "양극화가 심해졌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많은 국민의 체감 현실과 큰 차이가 있다.
부동산 가격폭등으로 인한 자산 양극화는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지경이 됐고 청년실업, 비정규직 문제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계층간 소득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참여정부 첫해인 2003년 0.306에서 지난해 0.310으로 나빠졌다.
노 대통령은 최근의 주가 급등도 참여정부의 경제성적의 반영인 양 말했는데, 지나치게 자의적인 판단이다. 주가 급등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세계적인 유동성 과잉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 종합주가지수(KOSPI)는 194% 올랐지만, 같은 기간 세계 38개 증권시장의 주가 상승률을 비교하면 15위에 불과하다.
그나마 코스닥 지수는 77% 오르는 데 그쳐 꼴찌에서 두 번째인 37위에 머물렀다. 노 대통령은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많이 남았다며 "한번 쏠게요"라고 했는데, 실제로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하다. 2005년 코스닥 주식이 포함된 펀드 8개에 1,000만원씩 나눠 투자했다고 했으니, 벌었어도 크게 벌지는 못했을 것 같다.
참여정부가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고집스럽게 원칙을 지켜온 것, 시스템 개혁을 위한 많은 정책을 편 것은 평가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자랑이 지나치면 반감을 부른다.
이미 참여정부는 국민 다수의 인식과 동떨어진 말들로 국민의 마음에서 멀어졌다. 이제 일방적인 선전은 그만두고 제발 다수 국민과, 이를 대변하는 언론과 소통하기 바란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지만 진정한 소통은 없는 것이 참여정부다.
김상철 경제부 차장 s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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