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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그후 10년/ 삼성그룹, '글로벌 리더' 전자·조선업 "우리가 세계 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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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그후 10년/ 삼성그룹, '글로벌 리더' 전자·조선업 "우리가 세계 최강"

입력
2007.06.0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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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이 오늘날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한 데는 두 가지의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첫째는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제창, 그리고 두번째는 97년 외환 위기다.

신경영이 그룹의 나아갈 길을 새롭게 제시했다면, 외환위기는 기업의 체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전화위복의 분수령이었다.

그룹의 맏형격인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반도체 대호황기였던 95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순이익이 2조5,000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이듬해 1,600억원으로 급락했고, 외환위기가 사태가 터지자 ‘망할 수 도 있다’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무엇을 해도 삼성이 하면 다르다”는 말이 있는데, 구조조정도 그랬다.

삼성전자는 당시 자금흐름의 선순환을 위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돈 안 되는 자산’을 팔고 제품재고와 채권도 획기적으로 줄였다. 또 선택과 집중을 위해 사업 철수와 분사 형태로 무려 120여개에 달하는 한계 적자사업과 장래성 없는 사업을 정리했다.

삼성중공업이나 삼성테크윈 등 다른 계열사들도 다르지 않았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들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중공업은 당시 건설중장비(볼보), 지게차(클라크), 발전설비(현 두산중공업) 등을 과감히 매각해 사업구조를 건설과 조선 2개 부분으로 집중시키는 대수술을 단행했다.

삼성테크윈은 주력사업인 항공기 기체사업부분을 팔아 기계산업 위주에서 광디지털 중심의 전자산업으로 변신했다. 삼성항공이 삼성테크윈으로 바뀐 것은 2000년이다.

그 결과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2년 만에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삼성전자는 99년 들어 순이익이 다시 3조대(3조1,600억원)로 치고 올라온 뒤 2000년대 들어 가파른 급성장세를 이어 갔다. 2004년에는 연간 순이익이 무려 12조원을 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외환 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강해졌다는 점은 순이익 규모 뿐 아니라, 제품 포트폴리오에서도 드러난다. 돈줄인 반도체부문의 의존도를 상대적으로 낮추면서 휴대폰과 같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했고, LCD 디지털TV 등으로 주력품목을 다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의 반도체도 D램 뿐 아니라, 낸드 플래시 영역을 새롭게 개척하는 등 확고부동한 기술적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도 극적이다. 삼성중공업은 97년말 빚(순차입금)이 4조3,000억원에 달했으나, 현재는 2조4,000억원의 현금을 쌓아놓고 연간 수 백억원의 이자수입까지 올리는 세계 2위의 조선사로 거듭났다.

10년전 적자에 허덕이던 삼성테크윈은 디지털카메라의 강자로 변신, 올해 이 부문 세계 ‘빅 3’를 노리고 있다. 삼성물산도 미래가 불투명한 유통부문(삼성플라자)를 처분하고, 건설 무역 해외개발쪽으로 집중해나가고 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건희 회장이 올 들어 잇따라 위기론을 강조한 점이나 최근의 부진한 주가추이에서 보듯,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는 지난 3년간 매출이 거의 늘지 않고, 이익은 줄고 있다. 성장 정체론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담금질을 통해 기업체질이 놀랍도록 강해진 삼성의 경쟁력은 어느 글로벌기업 못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는 반도체 통신 가전 디스플레이 등 디지털 컨버전스(융합) 시대에 필요한 최적의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미래가 밝다”고 말한다. 특수 시추선인 드릴십과 극지운항용 쇄빙유조선 등에서 독보적인 삼성중공업이나 디지털카메라에서 노하우가 많은 삼성테크윈 등도 제몫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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