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를 경제 파탄에 빠뜨렸던 사상 초유의 외환 위기(1997년)는 한화그룹도 예외 없이 존폐 위기로 몰아 넣었다. 매출은 곤두박질 치기 시작했으며 부채 비율은 갈수록 높아만 갔다. 생존 가능성마저 희박하게만 보였던 이 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전면에 등장,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앞세운 정공법으로 위기 탈출에 나서기 시작했다.
당시 한화그룹은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며 주력 분야였던 정유 사업을 매각하는 등 전 사업 부문에 걸쳐 경쟁력 제고 차원의 철저한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구조 조정의 1차 목표를 부채 비율 축소로 정한 한화그룹은 우수 핵심 계열사와 우량 자산을 매각해 나갔다. 그 결과 1997년말 1,200%에 달했던 부채 비율은 1999년 말 197%로 수직 낙하했고 2000년에는 다시 130%대까지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화그룹은 32개(1997년)에 달했던 계열사를 24개(2000년)로 축소했다.
특히 한화그룹은 구조 조정 과정에서 완전 고용 승계를 최우선 방침으로 정하고, 인수사로 하여금 완벽한 고용승계를 관철시켜 구조조정 중 발생하기 쉬운 직원들의 불안감 해소에 최선을 다했다. 실제 한화에너지 정유부문 매각 협상 당시 김 회장은 직접 인수사인 현대정유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20억~30억원은 손해를 볼 테니 인수과정에서 단 한 명이라도 해고되는 근로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 완전고용 승계를 기반으로 매각협상을 이끌어낸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IMF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한 한화그룹의 위상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1997년 당시 11조6,000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액은 지난해 23조7,000억원으로 증가했다. IMF 때 3,558억원의 적자에 허덕이던 경상이익도 지난해에는 1조2,916억원으로 급상승했다.
대한생명 인수(2002년)는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공적자금 투입기업인 국내 보험사 랭킹 2위인 대한생명을 잡음으로써, 한화그룹은 금융을 신성장동력으로 장착하게 됐다. 한화그룹은 기존의 제조업과 유통ㆍ레저사업 및 금융업을 기반으로 개혁과 혁신을 강조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2007년을 ‘글로벌 경영’과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의 해로 정한 한화그룹은 아시아를 포함해 유럽 지역의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 대한생명 등 주력 회사를 앞세워 4개 권역(동유럽 중앙아시아 중동 동남아시아)에서 신수종 사업 발굴을 위한 집중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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