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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6월의 광장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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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순 칼럼] 6월의 광장병

입력
2007.06.0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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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연설과 기자회견에 질린 사람들이 노 대통령의 심리상태를 조망수용 장애라고 진단했다. 상대방의 입장이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다.

노 대통령이 최근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무려 4시간의 원맨쇼 연설을 한 뒤에는 에고 신토닉(Ego Syntonic)이라는 진단이 추가됐다. 나르시즘과 피해의식, 애정 결핍이 복합된 상태로, 조금만 못 마땅해도 감정이 폭발하며, 그런 것을 다른 사람들은 불편해 하지만 자신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느끼는 상태라는 것이다.

● 에고 신토닉ㆍ에고 디스토닉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에고 신토닉은 무슨 일에 편집증적으로 매달리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고 즐길 수 있는 상태, 그 반대인 에고 디스토닉(Ego Dystonic)은 똑같이 편집증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자신이 불행하고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느끼는 상태를 말한다.

스스로 상정한 자기이미지나 욕구와 심리적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갈등상태를 말하는 것이니 노 대통령의 경우 오히려 에고 디스토닉이 더 맞을지 모르겠다. 어느 쪽이든 국가원수의 심리상태를 국민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는 것은 노 대통령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부문이 남들을 배려하지 않는 조망수용 장애를 겪고 있으며, 욕구와 규범의 괴리로 인한 갈등과 긴장에 시달리고 있다.

20년 전과 지금을 돌이키면 6월 항쟁을 통해 한국 민주주의는 아무도 되돌이킬 수 없는 진전을 이룩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점이나 오히려 문제가 커진 점도 분명히 있다. 그리고 노 대통령이 그런 문제를 더 키우는 데 일정한 작용을 했다고 생각한다.

6월항쟁을 통해 정권의 항복을 받아낸 경험, 폭력에 대해 폭력으로 맞설 수밖에 없던 상황은 학생들 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의 이해집단이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덫이나 함정으로 남아 있다. 진정한 민주화는 그래서 아직도 멀다고 생각된다.

예를 들면 일요일이었던 3일과 현충일이었던 6일,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한 도심 일대는 하루 종일 정신 없을 만큼 소란스러웠다. 마이크소리, 웅변과 합창, 목청껏 외치는 구호로 건물이 흔들리는 것 같았다. 아무리 휴무일이라지만 지나친 일이었다.

1987년 6월 이후 한국사회에는 '광장병'이 심해졌다. 무슨 문제든 광장으로 들고 나오고 목소리 크게 외치고, 다르거나 반대되는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 광장병의 대표적 증상이다. 원래 대한민국의 6월은 이념의 달이었다. 현충일과 6ㆍ25가 들어 있는 6월은 호국보훈과 함께 이념 대립이 벌어지는 달이었다. 2002년 이후 6월은 월드컵의 달이라는 의미가 더해졌다. 광장으로 나와야 할 일이 더 많아진 것이다.

● 집회ㆍ시위문화라도 달라져야

그런데, 이념과 제도만의 민주화는 의미가 없다. 절차적 민주화, 과정적 민주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상대와 차이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관용의 민주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6월항쟁 20년을 맞아 다른 것은 그만두고라도 집회와 시위문화 하나만이라도 좀 달라졌으면 좋겠다. 정해진 법규를 따르고 신고된 약속을 지키고 다른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6월항쟁은) 한국 현대사에서 쿠데타나 반동적 물리력에 의해 퇴행 당하지 않은 유일한 민주화운동이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역사적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를 정리하는 체계적 연구작업은 더 충실해져야 하겠지만 민주화의 체질화, 자기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회 각 부문으로 민주화를 심화ㆍ확대시켜 크게는 국정 운영에서부터 작게는 시민 각 개인의 일상적 삶에 이르기까지 민주의 대의를 존중하고 준수ㆍ육성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지금은 구호의 시대가 아니라 실천의 시대이다.… 4ㆍ19를 흔히 미완의 혁명이라고 말하지만 이런 점에서 6ㆍ10도 여전히 미완의 항쟁이다.'

지금부터 10년 전, 6ㆍ10항쟁 10년을 맞던 날의 한국일보 사설 일부이다. 그로부터 다시 10년이 지났지만 이 말을 그대로 반복해서 다시 싣는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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