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
경제ㆍ산업계는 물론 우리의 일상까지 바닥부터 뒤흔들어놓은 외환위기가 일어난 지 10년이 지난 지금 국내증시의 모습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간 증시는 계량화된 수치로 나타나는 외형적인 측면은 물론 질적인 부분까지 엄청난 변화를 이루어냈다.
종합주가지수(KOSPI)는 우리 경제가 바닥 모를 수렁에서 허우적대던 1998년 6월 16일 280.0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 31일 사상 처음으로 1,700선을 넘어섰다. 56조원 수준에 불과하던 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도 835조원으로 15배 가까이 증가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예전과 달리 객장이 부쩍 한산해진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국내 증권사들은 세계 최고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이용해 고객들에게 편리한 온라인매매 프로그램을 개발,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외국에까지 수출하고 있다. 최근에는 증권선물거래소도 캄보디아에 증시 설립을 지원하는 등 동남아에 ‘금융 한류’를 이식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이 같은 외형적인 성장보다도 더 값진 성과는 간접투자 문화가 뿌리내리며 국내증시의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이다. 과거 증시는 안정적인 투자처라기보다는 이른바 ‘대박’을 좇는 이들의 투기장이었다. 따라서 기업의 본질가치는 외면한 채, 단기적인 모멘텀과 수급 그리고 주가 추이만을 중시하는 단타매매가 횡행했고 이로 인해 생겨난 증시의 불안정성은 우리 증시가 만성적으로 저평가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됐다.
그러나 2004년부터 불기 시작한 적립식투자 열풍은 이 같은 국내증시의 체질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으며, 이에 따라 최근 코스피는 어지간한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상승세를 연출하고 있다. 이처럼 돈의 흐름이 저축에서 투자로 돌아선 데는 저금리 기조의 고착도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지난 10년간의 변화는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변혁의 서곡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까닭이다.
증권사, 운용사, 선물회사 등으로 세분돼 있던 업종간 벽이 허물어져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 같은 대형 금융투자회사의 설립이 가능해짐에 따라 업계 내에는 인수ㆍ합병 등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한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또 금융투자상품에 대한 정의가 열거주의 방식에서 포괄주의로 바뀜에 따라, 국내 금융소비자들도 조만간 은행, 증권사 창구에서 다양한 선진금융 상품들을 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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