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은 외환위기에도 끄덕 없을 정도로 내실 있는 기업이었다. 하지만 환란이 끝난 뒤 2001년 갑작스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서 위기가 뒤늦게 찾아왔다. 결국 사옥으로 쓰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건설 중이던 강남 스타타워 건물을 매각해야 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애초에는 국내 주택시장을 겨냥해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설립한 회사였다. 현대건설은 해외부문, 현대산업개발은 국내주택 부문을 맡는다는 복안이었다. 실제로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 중 80% 가량을 현대산업개발이 건설했을 정도다.
99년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세영 회장이 현대산업개발을 맡으면서 주택, 건축, 토목, SOC사업을 아우르는 종합건설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현대산업개발은 대구-부산간 고속도로, 서울-춘천간 고속도로, 부산 북항대교 공사 등 대규모 SOC사업과 토목공사에 참여함으로써, 99년 전체 물량의 70%이상이었던 주택비중을 40%까지 낮추는 등 사업 다각화에 힘썼다. 최근에는 부산 우동 개발 프로젝트, 수원 권선지구 개발 등 복합 단지 공사에 참여해 역량을 키우고 있다.
이런 노력 끝에 현대산업개발은 2002년부터는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했으며, 부채비율도 2007년 3월말 기준 79.6%로 업계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괄목할만한 성장 비결은 내실 경영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산업개발은 99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독자경영체제를 구축한 이후부터, 제조업의 꼼꼼하고 철저한 관리 마인드를 건설업에 접목시켰다. 그 결과 빈틈없는 재고관리와 냉정한 원가분석으로 생산성 제고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미분양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수익이 좋은 사업을 꼼꼼히 따져 수주했고, 설계에서 입주 서비스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갖춰 부실시공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각종 민원도 최소화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물은 현대산업개발의 매출액 추이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2조5,03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10년전에 비해 3배 이상 성장을 기록했다.
순이익도 2,890억원으로 2003년 이후 4년 연속 두자리수 신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고 정세영 회장의 장남 정몽규 회장이 현재 현대산업개발을 이끌면서, 유통 등 분야로도 사업다각화를 모색해가고 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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