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강세로 국내 기름값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막대한 세금과 이해하기 힘든 기름값 결정구조로 인해 더욱더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특히 휘발유 도매가격은 내렸는데도 소매가격은 계속 오르고, 국제유가 오름세 보다 국내 휘발유값이 2배 이상 뜀박질하는 ‘이상한 유가’에 소비자들은 황당해하고 있다. “고유가가 결국 정유사들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무연보통휘발유 소매가격은 2월 첫째 주 ℓ당 1,394.18원을 저점으로, 16주 연속 올라 5월 마지막 주에는 1,546.53원까지 뛰었다.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8월 셋째주(1,548.01원)에 바짝 근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도매시장의 사정은 다르다. 정유사들이 주유소나 대리점에 공급하는 무연보통휘발유 가격(도매가격)은 5월 넷째 주 ℓ당 1,495원으로 정점을 친 뒤 그 다음주에는 1,491원까지 떨어졌다. 도매가격인 공장도가격은 4원이 내렸는데도 정작 소매가인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4.75원이나 오른 것이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 유가와 늘어나는 세금으로 가뜩이나 기름값에 민감해진 상태에서, 누구도 이런 현상의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도매가격이 소매가격에 반영되는데 시차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세부적인 가격내용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국제유가와 국내유가의 오름폭도 문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월 첫 주부터 5월 마지막 주까지 휘발유 공장도가격은 ℓ당 462.76원에서 611.16원으로 32.1%나 폭등했다.
하지만 이 기간 중동산 두바이유 주간 가격은 배럴당 55.56달러에서 64.71달러로 16.5% 상승하는데 그쳤다. 환율문제를 빼면 국내 휘발유가 상승폭이 원유가격 상승폭의 2배에 달한다는 이야기다. 정부와 석유업계에서는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원유가보다는 국제휘발유가에 더 연동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제 휘발유가 움직임과도 꼭 일치하지 않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유가가 자율화된 상황에서 정유사들의 가격결정 내용은 ‘영업상 비밀’로 되어 있어 알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해도 소비자들은 꼼짝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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