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25)는 의외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마지막 촬영을 끝내고 황진이를 훌훌 떠나 보냈어요. 촬영 내내 워낙 몰입을 해서 금방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쉬웠던 것 같아요. 한편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으니까 털어버리고 싶었던 거겠죠.”
새침해서 말도 조곤조곤할 것 같은 인형 같은 미모지만 생각보다 훨씬 소탈하다 못해 거침없는 성격이다. 시원시원 말도 잘한다. “많은 분들이 그런 얘기 하세요. 보기보단 말도 잘하고 그런다구요.”
전국 약 450개 스크린에서 개봉된 <황진이> 는 올 여름 한국영화 기대작. 한편에선 이 영화의 흥행여부가 올 한해 국내 영화산업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많다. 황진이>
강우석 감독의 시네마서비스가 투자 배급하는 <황진이> 는 약 100억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황진이>
“물론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한국영화계가 정말 어렵다는 걸 새삼 알게 됐어요. 개인적으로는 작품흥행에 대해서 안달하는 성격은 아니에요. 관객들의 냉정한 선택이고 판단이니까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한국영화를 위해 정말 잘됐으면 좋겠어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황진이> 는 진한 신파 러브스토리. 황진이는 어릴 때부터 마음에 둬 온 노비 놈이(유지태)와 이어질 듯 끊어질 듯, 애달픈 사랑의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황진이>
“황진이란 인물은 매우 다면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잖아요. 역사적으로는 그녀의 그런 면이 아주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 같더라구요. 신분을 뛰어넘어 세상에 맞서는 페미니스트 같은 면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무엇보다 당시로서는 흔치 않았던 여성예술가로 많이들 인식하고 계신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영화는 기본적으로 멜로 드라마예요. 황진이가 겪은 비운의 사랑이 테마죠. 그래서 관객분들이 다른 어떤 황진이보다 더 편하게 받아들이실 거에요.”
송혜교는 이번 영화에서 기대이상의 연기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영화 초반부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된 후, 마음 속 분노를 이기지 못해 벽에 걸린 서체를 확 잡아뜯는 장면을 ‘원신 원컷’’으로 소화해냈다.
장윤현 감독은 이때부터 송혜교 연기에 대해서는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인정했다는 소리다.
“감독님이 그러시든가요? 정말요? 기분 좋네요. 그때 그 ‘원신 원컷’은 제가 워낙 끊어서 감정 연기하는 걸 잘 못하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에요. 생각해 보면 이번 영화에서는 정말 몰입과 집중이 잘된 것 같아요. 그게 다 감독님하고 지태 오빠, 스태프이 한마음이 돼서 그랬던 것 같아요. 배우는 절대 혼자서만 잘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이제 막 개봉이 된 만큼 잠시동안은 또 눈코 뜰새 없는 시간표가 그녀 앞에 놓여있다. 각 극장에 마련된 무대인사와 인터뷰들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장래계획이 좀 바뀌었어요. 전 빨리 시집가고 싶어하는 쪽이었거든요. 근데 연기를 좀더 길게, 40대 이후까지 하고 싶어요. 아주 다양한 얼굴, 예컨대 팜므 파탈(악녀)도 연기하고 싶구요, 하고싶은 연기가 너무 많아졌어요.”
오동진 영화저널리스트 ohdji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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