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백색의 유혹’에서 자유로운가.
대검찰청이 6일 발간한 ‘2006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한국은 확고부동한 마약청정국가다. 마약류 사범이 1만명 미만이면 마약청정국가로 분류된다.
한국은 2003년 이래 마약류 사범 숫자를 1만명 미만으로 묶었다. 지난해의 경우 7,709명이었다.
인구 1만명 기준으로 한국의 마약사범이 2명이라면 미국은 700배가 넘는 1,470명, 태국은 230명, 일본은 60명이다.
히로뽕 1회 투약량(0.03g)의 소매가가 10만원 안팎이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비싼 편이다. 라오스의 경우 알약 형태의 히로뽕 1정이 1달러에 거래된다.
국내 마약류 동향
그럼에도 불구하고‘마약류 범죄백서’의 결론은 아직은 안심하기 이르다는 것이다. 먼저 마약청정국인 한국을 마약유통 경유지로 이용하거나 한국인을 운반책으로 고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마약청정국을 경유한 화물은 공항 수화물 검색통과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대검이 지난해 적발된 히로뽕과 코카인의 거래목적을 분석한 결과, 전체 거래량 30㎏ 중 한국을 경유해 국제마약시장으로 다시 밀수출됐거나 밀수출하려다 적발된 양이 22㎏(74%)나 됐다.
국내 소비목적의 거래량 8㎏를 훨씬 초과하는 양이다. 5월 현재 해외 사법기관에 마약운반 등 혐의로 구속된 인원은 약 100여명으로 집계됐다.
세계 마약 공급루트 변화도 한국에 좋지 않은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골든 트라이앵글’(미얀마ㆍ라오스ㆍ태국 접경 지역)의 주종 마약이 아편ㆍ헤로인에서 한국에서 주로 쓰이는 히로뽕으로 바뀌고 있다.
이준명 대검 마약과장은 “국제 마약조직이 2003년 이래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아편 재배를 통한 헤로인 생산 대신 작은 공간에서 화학적 공정을 거쳐 쉽게 제조할 수 있는 히로뽕으로 주력 생산품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맞물려 한국에 대한 히로뽕 최대 밀수출 국가인 중국에서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히로뽕 밀제조책이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 등으로 이동하고 있어 ‘한국 시장’이 곧바로 세계 최대의 마약 조직과 직접 맞닿게 됐다.
인터넷 상거래 기술의 발달로 국제 우편거래를 이용한 마약 밀수 사례가 105건으로 전년(46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도 특징이다.
국제 공조수사 강화
마약공급 경로가 다양화하고 마약범죄가 국제화 함에 따라 검찰은 국내 마약 투약자의 진술을 받아 윗선을 추적하는 수사방식으로는 해외에 있는 마약공급사범을 근본적으로 척결할 수 없다고 보고 국제공조 수사로 눈을 돌렸다.
우선 3월 세계 최대 마약공급지 중 하나인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대검 마약분사무소를 설치해 수사요원 2명을 상주시키고, 국제 마약조직 정보수집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마약청(DEA)에 검사와 수사관을 1명씩 파견했다.
국제공조를 통해 해외 마약 제조ㆍ판매책을 먼저 검거한 뒤 이를 토대로 국내 하부조직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8월 중국에서 히로뽕 530g을 한국을 경유해 괌으로 보내려던 일당을 국가정보원, DEA 등과 공조해 국내 밀수사범뿐 아니라 괌 현지 밀매조직까지 적발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대검은 중국과 마약수사 공조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중국에 도피 중인 마약사범(7명)을 국내로 송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주관인 ‘마약류 단속 국제협력 회의’(ADLOMICOㆍ아들로미코 회의)를 통해 국제공조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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