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범람과 ‘한국영화 다 죽는다’는 비명소리 틈바구니에서 조용히 관객층을 넓혀가는 영화가 있다. 올 들어 27편이 개봉돼 101만명(6일 기준)의 관객을 끌어들인 일본영화다. 변덕이 죽 끓듯 한 대중 속에서 ‘편당 5만명 안팎’의 알토란을 캐내는 일본영화의 매력은 무엇일까.
담백한 맛
팬들은 소소하면서도 독특한 감성을 일본영화의 가장 큰 매력으로 꼽는다. 일본영화의 주제는 웅장하거나 심각하지 않다. 그렇다고 부박한 감상에 젖어 들지도 않는다. 작고 평범한 삶을 담담히 그려내면서, 긴 여운을 남기는 감수성을 그 속에 담는다.
<메종 드 히미코> <러브 레터> <냉정과 열정 사이> 등이 그런 영화. 대학생 서지원(25ㆍ여)씨는 “무심히 스쳐 지나는 일상에서 건드리면 깨질 듯 섬세한 감성을 포착해 내는 것이 일본영화만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냉정과> 러브> 메종>
정수완 동국대교수(영상대학원)는 “한국영화가 여전히 공동체적, 사회적 강박감을 벗어버리지 못한 데 비해 일본영화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파편화한 마인드에 충실하다”며 “이런 요소가 ‘쿨’한 것을 선호하는 한국 젊은이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을 다루더라도, 이창동의 <오아시스> 가 공동체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반면, 이누도 잇신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은 시종 심플한 감수성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 정 교수의 설명이다. 조제,> 오아시스>
톡 쏘는 맛
또 다른 매력은 컬트적 마인드가 느껴지는 실험성에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반듯한’ 것을 추구하는 한국영화에 식상한 관객들은 기타노 다케시나 재일동포 최양일의 영화에 열광한다.
이미지의 사용이나 편집에 있어서의 대담함, 키치적 냄새가 풍기는 기발하고 집요한 상상력이 일본영화의 맛이다.
대학생 이경진(23ㆍ여)씨는 “때로는 허망하게 끝나는 영화도 많은데, 그런 열린 플롯이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해 좋다”고 말했다.
폭력과 엽기성, 성에 대한 도착 등을 진득하게 그리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올해 20편 가량의 일본영화를 수입할 예정인 영화사 스폰지의 조성규 대표는 “한국영화는 상업영화와 인디영화가 극명하게 나뉘지만, 일본영화는 그 중간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험성과 대중성이 접목된 중간지대가 일본영화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김혜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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