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보수 종교계에 손을 내밀고 있다. 대통령 선거에서 킹 메이커로 힘을 발휘하고 있는 복음주의 기독교계를 끌어안기 위해서다. 그러나 복음주의 기독교계가 민주당 후보들의 손을 잡을지는 미지수다. 지금까지 복음주의 기독교계는 공화당의 표밭이었다.
민주당 후보들은 4일 복음주의 기독교 진보단체인 ‘소저너스(Soujourners)’와 CNN이 공동 주최한 ‘종교와 정치’포럼에 나와 간증하듯 자신들의 종교체험을 고백했다.
민주당 선두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고백론’에서도 선두였다. 그는 “만약 내게 종교가 없었다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간통사건을 견뎌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힐러리 의원은 이어 “신앙을 가졌기에 용기를 가질 수 있었고, 내가 옳다고 믿는 바를 실천에 옮길 수 있었다”며 자신의 정치역정이 종교에 기원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민주당 내 지지율 3위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자신이 “형제의 파수꾼이자 자매의 파수꾼”이라며 신앙에 기반을 둔 정치철학을 소개했다. 힐러리 의원과 경합하고 있는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은 1996년 교통사고로 10대의 아들을 잃은 어려운 시기에 종교가 큰 힘이 됐다고 고백했다.
대선 후보들이 ‘순진한 양’처럼 종교 체험을 고백하는 모습은 이날 CNN으로 생중계됐다. 미 언론들은 이날 포럼을 민주당 후보들이 2008년 대통령 선거에서 종교인 표밭을 공화당에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라고 풀이했다. 2004년 대선에선 복음주의 ‘릴리져스 라이트(religious right)’ 운동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재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에서 종교의 정치개입에 대해 반론도 많지만 종교는 현실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대선의 경우 가톨릭 신자인 존 케리 민주당 후보는 다른 민주당 후보들과 마찬가지로 종교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선거운동 막바지에 뜻을 굽혀 자신의 신앙론을 털어놓았지만, 종교계는 이미 그를 떠난 뒤였다.
우려대로 당시 출구조사에선 윤리 문제를 중요시하는 유권자들이 케리 후보보다 부시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 신앙인 59%와 가톨릭 신자 52%가 부시를 지지했고, 복음주의자는 78%가 부시에게 표를 던졌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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