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한국인의 삶까지 고달픈 생에 대한 위로푸슈킨 / 민음사
러시아의 국민시인 푸슈킨(1799~1837)이 6월 6일 태어났다.
한 시절, 아마 197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의 어디를 가나 그의 시가 걸려 있었다. ‘이발소 그림’이라 불리는 복제그림들이 붙어있던 이발소에도, 택시기사가 앞 유리창에 염주와 함께 걸어놓은 밀레의 그림 ‘만종’ 옆에도, 심지어 군대 내무반 안에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2연으로 된 푸슈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는 그가 살던 시절을 200년이나 뛰어넘어 먼 땅 한국인들의 고된 삶을 위로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현실은 절망스럽지만 희망을 품고 살아가노라면 그 슬픔과 노여움마저 훗날에는 아름다운 삶의 여정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푸슈킨은 더없이 간명한 언어로 노래하고 있다. 삶이>
러시아 문학사상 최초로 리얼리즘을 달성한 것으로 평가되는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 을 비롯해 <대위의 딸> <스페이드의 여왕> 등의 소설과 800여편에 달하는 시 등 푸슈킨의 작품세계는 도스토예프스키가 “모든 것을 포용하는 보편성”을 가졌다고 극찬했듯, 이후 만개한 러시아 문학의 샘이 되었다. 스페이드의> 대위의> 예브게니>
유서있는 귀족가문에서 태어나 12월당과 교유하고 망명 실패와 불우한 유배생활을 겪으면서 19세기 러시아의 현실에 고민했던 푸슈킨은 38세의 젊은 나이에, 부인과 염문을 뿌린 사내와 결투를 벌였다가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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