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내년 봄 사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 관측은 올 가을 공산당 전당대회인 17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중국 권력 내부의 물밑 움직임이 심각한 상황임을 반증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홍콩 빈과일보는 4일 일본 교도통신을 인용, 2003년부터 총리직을 맡아온 원 총리가 업무 과중을 이유로 내년 봄부터 시작되는 두 번째 임기를 맡을 뜻이 없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원 총리가 하루 수면 시간이 4시간 밖에 되지 않는 등 업무가 과중해 총리직은 5년 임기만으로 충분하다는 뜻을 주변 측근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올 가을 17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매우 큰 폭의 인사가 이뤄지고, 권력 지형도 상당히 바뀔 가능성이 크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체제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중인 한명인 원 총리의 거취는 전국대표대회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후임 총리 후보가 아직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어서 원 총리가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원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장 등 다른 자리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이번 대회에서의 상무위원단 인선은 5년 뒤인 2012년 18차 대회의 후임 총리 인선을 가늠할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2002년 가을 16차 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된 다음 이듬해 총리가 된 원 총리는 후 주석의 지속적인 권력기반 강화 포석에 따라 연임이 가장 유력한 상무위원으로 꼽혀왔다.
이 보도에 대해 베이징 소식통들은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은 없다”며 “이런 종류의 관측에 대해 판단을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반응했다.
권력 교체기인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수 많은 관측이 나오고, 각 정파간에 정보와 역정보를 홍콩 언론에 흘리는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소식통들은 현재까지 이 보도를 ‘설’로 취급하는 분위기이다.
한 소식통은 “지난해말 쩡칭훙(曾慶紅) 국가 부주석이 후 주석에게 국가주석직 이양을 요구했다는 홍콩발 보도가 있었지만 아직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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