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경의선 가좌역 지하역사 공사장의 선로침하 사고 당시 붕괴 조짐이 있었는데도 사고 발생 7분전까지 승객을 태운 열차를 2대나 통과시킨 사실이 밝혀졌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침하 사고는 3일 오후 5시14분에 발생했다. 선로 옆 공사장의 옹벽이 무너지자 흙이 쓸려 들어가며 지반이 무너져 내렸다. 붕괴 조짐은 이미 사고 발생 40여분 전인 4시30분께 파악됐고, 현장에선 공사장 인부와 중장비를 신속히 대피시켰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대피 조치가 취해진 지 27분이나 지난 4시57분에야 시공사 쌍용건설 측 안전감시요원이 “상행선은 이상무, 하행선만 불안정하다”고 가좌역장에게 뒤늦게 보고했고, 상ㆍ하행선 모두 시속 20㎞ 서행 조치가 취해졌다. 붕괴 조짐이 사전 파악됐는데도 열차 운행을 중단하지 않은 셈이다.
특히 사고발생 7분 전까지도 승객이 탑승한 열차가 사고 지점을 지나간 것으로 밝혀졌다. 철도공사는 이날 사고임박 시점인 3일 오후 5시 이후 가좌역을 지난 상행선(문산→서울역) 열차 3대, 문산으로 향하는 하행선 열차 1대의 운행기록을 공개했다.
이 중 승객을 태운 열차는 상행선 1대(5시2분 통과), 하행선 1대(5시7분 통과)였다. 열차 2대에 탑승한 300명 가량의 승객들이 위험천만의 순간에 놓였던 것이다. 나머지 2대는 승객이 타지 않은 회송(回送)열차였지만, 사고발생 4분 전인 5시10분 통과했다.
5시12분엔 수색역을 떠나 가좌역으로 향하던 용산~목포행 무궁화호 열차가 사고지점 앞에서 급정거한 사실도 확인됐다. 승객과 시민들은 “사고가 조금만 일찍 발생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며 철도공사의 ‘안전 불감증’을 비난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공사장의 안전조치와 업무상 과실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이날 가좌역장을 소환, 피해 경위를 살펴본 데 이어 도급회사, 하도급 회사, 감리회사 등을 차례로 불러 업무상 과실,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가 확인되면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원인은 언론에 보도된 수도관 파열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철기둥(H빔)을 보강하는 연결강선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끊어져 사고가 일어났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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