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판 ‘정인숙 사건’으로 불리는 몽골 모델 살인사건이 공판 개시를 앞두고 말레이시아 정치계를 흔들고 있다.
말레이시아 고등법원은 4일 몽골 모델 출신인 알탄투야 샤리이부(28)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나지브 압둘 라자크 부총리 친구이자 정치 분석가인 압둘 라자크 바긴다(47)와 부총리의 경호대장인 아질라 하드리에 대한 공판을 시작하려 했지만 검사측의 요청으로 일단 18일로 연기됐다.
야당인 인민정의당(PRK)의 고문인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는 나지브 부총리를 직접 거론하며 “특히 중요한 목격자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사건 조사에 여러 의문점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본어에 능숙했던 모델 샤리이부는 유부남인 바긴다와 불륜관계에 빠졌다. 바긴다는 2004년부터 다보스포럼이 ‘글로벌 리더’로 선정했던 인물로 지난해 4월 샤리이부에게 결별을 요구했다. 그러나 샤리이부는 “가족에게 알리겠다”며 거절했다.
결국 바긴다는 지난해 10월 16일 친구인 나지브 부총리의 비서에게 고민을 털어놨고, 이틀 뒤 경찰관 2명을 소개받았다. 다음달 바긴다의 집 근처에서 실종된 샤리이부는 실종 20일만인 11월 7일 머리에 총상을 입고 군용 폭약으로 무참히 찢긴 사체로 발견됐다.
검찰은 압둘 라자크가 살인을 교사하고 나지브 부총리의 경호대장인 아질라와 부하인 시룰 아즈하르가 이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지난해 11월 이들을 살인교사와 살인 혐의로 구속했다.
차기 말레이시아 총리로 부상하고 있는 나지브 부총리 겸 국방장관은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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