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바라보는 대선주자들의 시각은 두 가지 키워드로 구별된다. 먼저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전 지사 등은 한국 경제의 저성장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김근태ㆍ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양극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앞의 세 주자는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성장 동력의 확충과 성장 잠재력의 향상을 강조했고, 뒤의 두 주자는 양극화 해소를 위한 서민 살리기와 사회안전망 확충을 주장했다.
구체적 해결 방안에 있어서는 같은 그룹 내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전 시장은 기업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중시하는 반면 박 전 대표는 세금 부담 감소와 교육ㆍ과학 정책, 생활비 완화 등 시스템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한국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현안인 일자리 창출 문제에 대해서는 주자들이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다. 이 전 시장과 손 전 지사는 기업들의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한 대폭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박 전 대표와 정 전 의장은 대다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 살리기를 공통적으로 제시했다. 김 전 의장은 사회적 일자리 창출과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주장했다.
일자리 창출 대안으로서 이 전 시장은 법인세율 인하를 통한 기업 유치와 그에 따른 고용창출을 제시했다. 박 전 대표는 청년 비즈니스 인력 양성을 위한 해외 일자리 만들기를 제시한 것이 눈에 띈다.
세부 경제 현안에 대한 주자들의 입장도 흥미롭다. 먼저 경제 현안으로 분류되는 6개 항목 즉 금산분리, 한ㆍ중 FTA, 국가 부채, 도심 재건축, 지역균형개발, 지구 온난화 문제 등 객관식 질문의 답변을 주자 별로 합산할 경우 가장 낮은 값부터 높은 값까지 이명박, 박근혜, 손학규, 김근태, 정동영 순으로 나타났다.
객관식 답변에 있어 낮은 값은 보수적 경향을, 높은 값은 진보적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선주자들의 이념 성향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성장ㆍ복지 관계, 고소득자 세금 징수, 종부세, 농가부채 탕감 등에 대한 답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할 경우 박 전 대표와 이 전 시장의 이념 성향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과 금융기관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금산분리 문제에 있어서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가 일부 완화 입장을 보인 반면 범여권의 세 주자들은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함으로써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문제에 있어서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개편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주자들의 의견이 대체로 수렴됐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는 행정복합도시 건설과 국가부채 규모 문제에서 다른 답변을 해 눈길을 끌었다.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와 범여권 주자들은 현재의 계획대로 추진하되 시기나 속도 조절의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을 보였으나 이 전 시장은 일부 계획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박 전 대표의 경우 국가 부채 수준이 심각하므로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부채를 일정 수준 줄여야 한다는 이 전 시장, 손 전 지사, 김 전 의장 등과 차이를 보였다.
● 대선주자 경제분야 정책 지상 청문회 설문 요지
1. 한국 경제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2. 한국 경제의 '고용 없는 성장'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 두 가지를 꼽는다면.
3. 금산 분리 원칙에 대한 의견은.
1) 대폭 완화해야
2) 일부 완화해야
3)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
4) 보다 강화해야
4. 한ㆍ중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문제에 대한 의견은.
1) 수준 높고 포괄적인 범위에서 한ㆍ중 FTA를 적극 추진해야
2) 일단 추진하되 민감한 품목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
3) 한ㆍ미 FTA 국회 비준과 한ㆍEU FTA 타결 이후에 시간을 갖고 신중히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
4) 중국과의 FTA를 추진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
5. 국가 부채 수준에 대한 견해는.
1) 심각한 수준이므로 대폭 줄여야
2) 일정 수준 줄일 필요가 있다
3) 현재 수준이 적절하다
4) 지금보다 늘려도 된다
6.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의견은.
1) 주택 실소유자에 대해서는 종부세 부담을 줄이거나 면제해줘야
2) 종부세 방향은 옳으나 급작스런 부담 증가를 피하기 위해 속도조절 필요
3) 현행 방식대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
4) 종부세 부과 대상을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7. 노후 아파트 재건축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
1) 재건축 요건을 대폭 완화해 도심 재건축을 활성화해야
2) 지역별 특수성을 감안해 선별적으로 완화해야
3) 현재 규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
4) 재건축 요건을 현재보다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8. 행정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참여정부의 지역균형개발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1)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이므로 전면 재검토돼야
2) 일부 계획을 수정하여 추진해야
3) 현재 계획대로 추진하되, 시기나 속도를 조절하여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 4) 바람직한 정책이므로 지금보다 확대 추진해야
9.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 대책은.
1)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경우 우리나라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실업문제가 우려되기 때문에 섣부른 정책은 금물이다
2) 다자간협상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국에 최대한 속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시간을 벌 필요가 있다
3)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국에 곧 편입될 것에 대비, 에너지 가격 조정을 통해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전면 개편해야
4) GDP 감소를 어느 정도 감수하고서라도 지구 환경과 우리 후손의 생존을 위해 지구온난화문제에 적극 대응해야
10. 농가부채 문제에 대한 견해는.
1) 형평성 문제와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으므로 탕감해줘서는 안된다
2) 부채탕감은 적절하지 않으나 농가소득 향상을 위한 금융지원은 가능하다
3) 농가별 특수성을 감안하여 선별적으로 탕감해 줄 수 있다
4) FTA 체결 등 농가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여 전면 탕감해줘야 한다
11. 외국인 근로자 정책에 대한 의견은.
1) 잘못된 방향이므로 개방과 확대를 전제로 전면 재검토해야
2) 현행 제도를 부분적으로 수정하여 점진적으로 개방ㆍ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3)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되, 산업 현장에서의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
4) 지금보다 더 제한적으로 추진해야
12. 경제ㆍ복지 정책의 관계에 대한 다음 의견들 가운데 어느쪽에 더 공감하는가.
1)복지 예산을 줄여서라도 경제 성장에 힘을 기울여야
2)경제 성장이 중요하므로 복지 예산은 현 수준으로 동결해야
3)다른 분야 예산을 줄여서라도 복지 예산을 다소 늘려야
4)경제적 약자를 위한 분배가 우선이므로 복지에 치중해야
13. 고소득자 세금 징수에 대한 다음 의견들 가운데 어느 쪽에 더 공감하는가.
1) 고소득자 세금을 낮추는 것이 경제 성장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2) 고소득자 세금을 현재대로 두어야 한다
3) 고소득자 세금을 조금은 늘려야 한다
4) 소득 재분배를 위해 고소득자 세금을 크게 늘려야 한다
14. 경제 분야에서 대선주자 자신의 이념 및 노선을 지수로 평가한다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십니까.
(0은 대단히 진보적, 5는 중도적, 10은 대단히 보수적)
홍종호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본도 대선보도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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