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무고(誣告) 교사범’ 때문에 법원과 검찰이 고민에 빠졌다.
2005년 1월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부산구치소에 수감된 윤모(39)씨는 나중에 들어온 장모씨에 ‘전입 고참’ 행세를 하며 황당한 부탁을 했다. 자신을 횡령 혐의로 고소해 달라는 것. 추가 기소된 사건의 판결이 날 때까지 다른 곳으로 이감되지 않는 점을 이용, 집에서 가까운 부산구치소에 남으려는 속셈이었다.
시나리오는 치밀했다. 윤씨는 2003년 10월부터 3개월 간 장씨의 중장비업체에서 근무하며, 4차례에 걸쳐 거래업체의 돈 19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장씨와 입을 맞췄다. 장씨는 교도관을 통해 윤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장씨의 고소장과 윤씨 진술을 토대로 아무 의심없이 윤씨를 기소했다.
그러나 윤씨의 계획은 마음을 바꾼 장씨가 법정에서 기존 진술을 번복하면서 틀어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2단독 최병철 판사는 최근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자기 무고’를 교사한 윤씨가 아니라 장씨만 ‘무고죄’로 처벌될 상황에 놓였다.
서부지법 관계자는 “자기무고 교사는 처벌할 법 규정이 없어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기소를 잘못해 생긴 일이니 검찰이 윤씨와 장씨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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