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통폐합 및 기자의 공무원 접촉 금지 방안 도입의 전제조건은 정부의 투명한 정보공개다. 이게 어렵다면 최소한 정부가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는 믿음이라도 줘야 한다. 정부가 사실 왜곡을 일삼고, 이것이 그대로 국민에게 전달됐을 때의 폐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특강에서 기자실 통폐합 방안에 반대하는 언론에 대해 "왜 걸핏하면 내놓는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도 안 하느냐. 설문조작이 어려워서냐. 일말의 양심이 있기 때문이냐"고 말했다. 명백한 거짓말이다. "여론조사로 결정할 게 따로 있다"는 주장은 차치하더라도 말이다.
SBS가 노 대통령 특강 바로 전날인 1일 저녁 보도한 R&R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0%가 기자실 통폐합은 국민의 알권리 침해라며 반대했고, 취재시스템 개선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의견은 25%에 그쳤다.
또 같은 날 두 개 신문이 각각 일반시민과 언론학자 대상 조사결과를 보도했고, 2일엔 현대리서치 조사를 게재한 신문도 있었다. 본보도 창간기념일(9일)을 맞아 이 항목을 넣어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언론이 "설문조작이 어려워" 여론조사를 안 했다는 식으로 말을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대통령이 신문과 방송을 보건 말건 그것은 본인의 자유다. 그러나 언론보도를 비판하려면 최소한 사실관계엔 충실해야 한다.
국민 가운덴 "대통령이 설마 거짓말을 하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 한 게 아니라고 강변한다면, 입맛에 따라 사실을 취사선택해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는 말밖에 안 된다. "전 세계 언론 선진국엔 기자실이 없다"는 노 대통령 발언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대로라면 기자들은 정부 밖을 한 걸음도 나갈 수 없다.
신재연 정치부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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