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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버시&앰배서더] 데니즈 외즈멘 주한 터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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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버시&앰배서더] 데니즈 외즈멘 주한 터키 대사

입력
2007.06.04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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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터키의 관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현은 혈맹(血盟), 즉 피로 맺은 형제(blood brother)다. 이미 알려진 대로 양국의 끈끈한 유대 관계는 1만5,000여명의 터키군이 참전한 한국전쟁의 영향이 크다.

하지만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주한터키 대사관에서 만난 데니즈 외즈멘(52) 대사는 그 이면에 독특한 사회 심리학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

“터키에서는 한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예컨대 한국인이 터키로 여행을 와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밝히는 순간 그는 여행자에서 손님으로 신분이 바뀝니다.”

외즈멘 대사는 정확한 설명은 불가능하지만 터키인들의 마음 속 깊이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이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물론 출발점은 한국전쟁이다.

그는 “터키의 대부분 가정은 한국전쟁과 인연이 있고, 한국전에 참전했던 터키 군인들이 돌아와 한국을 알리는데 앞장섰다”며 “그들이 상점을 낼 때 꼭 집어 넣은 ‘한국의’란 간판 문구는 지금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터키인들은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준 한국이 불과 반세기 만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일궈낸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1999년 이스탄불 대지진으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 한국이 성심껏 도와준 일도 터키인의 뇌리에 결코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다.

“터키 참전 용사들의 지극한 한국 사랑은 다음 세대로 이어져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다시 확인됐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터키인들이 독일까지 원정을 가 한국을 응원했습니다.”

외즈멘 대사는 지난해 초 한국에 부임하기 전에는 터키의 유별난 한국 사랑만 있는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가 가는 곳이면 누구든 터키인이라고 반갑게 맞아주는 것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왜 그럴까? 그는 “양국의 언어가 같은 우랄 알타이어족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어와 터키어는 문장 구조가 주어 목적어 술어 순으로 같다. 따라서 서로의 언어를 배우기가 무척 쉽다는 것이 와즈멘 대사의 설명이다. 그 역시 인터뷰 도중 한글로 된 자료를 아무것이나 달라고 부탁하더니 줄줄 읽어내는 등 만만찮은 한국어 실력을 선보였다.

외즈멘 대사는 “터키에 대한 한국의 관심은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한 한국인 여행자 수로 알 수 있다”며 “지난해 터키를 방문한 한국인 여행자는 10만8,000여명으로 2005년 9만2,000명에 비해 1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는 한국과 터키가 수교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터키 관련 문화행사가 열린다. 8월에는 세계 정상급 ‘안탈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10개 도시에서 열리고, 9월에는 터키영화제와 터키민속춤, 10월엔 터키군악대와 터키 클래식 음악 연주회가 한국민을 기다리고 있다.

“양국 관계가 혈맹이라고 불릴 만큼 돈독하지만 문제점은 없느냐”는 질문에, 외즈멘 대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꼽았다. 지난해 양국 무역액이 36억 달러였는데 터키의 대(對) 한국 수출이 1억6,000만 달러인 반면, 대 한국 수입은 34억4,000만 달러로 20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 기업의 터키 진출이 시급하다고 전제한 뒤, “터키는 인구 7,000만의 큰 내수시장이 있다”며 “저렴한 인건비와 발달한 정보기술(IT), 96년부터 유럽연합(EU)과 체결한 관세동맹 등도 한국의 터키 진출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즈멘 대사는 관세동맹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는 기업으로 현대자동차를 꼽았다. 현대자동차는 2005년 터키 현지 공장에서 생산한 제품의 35%를 터키 이외의 국가(대부분 EU 소속국)로 수출했다. 그 비중이 지난해에는 57%에 달했으며 올해는 75%을 바라볼 전망이라고 말했다.

외즈멘 대사는 현재 터키 정부의 주요 외교 목표는 ‘EU 가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2013년까지 터키의 법과 제도를 EU 기준에 부합하게 손질하는데 힘을 쏟아 반드시 가입을 성사시키겠다고 밝혔다.

터키 국민의 절대 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다는 사실이 기독교가 종교적 바탕인 EU 가입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그는 “그런 지적 자체가 틀린 것”이라며 “종교의 차이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고 이미 다문화를 수용한 EU에 새로운 터키 문화는 EU가 세계적인 통합체로 발돋움하는 데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원섭 코리아타임스 기자 yoonwonsup@korea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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