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차남을 때린 술집 종업원들을 보복 폭행한 3월 8일 다음날부터 한달 동안 김 회장 비서실장측이 재무팀에서 4차례에 걸쳐 1억1,000만원을 받아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는 경찰청장 출신의 최기문 한화그룹 고문이 서울경찰청과 서울남대문서의 수사 부서 책임자들에게 전화나 대면 접촉을 시도하는 등 한화측의 대 경찰 로비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던 때이어서 이 자금의 사용처에 대해 의혹이 커지고 있다.
3일 검찰과 한화그룹 등에 따르면 김 회장 보복폭행 사건과 경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서범정 형사8부장)은 최근 한화그룹 재무팀 관계자 등으로부터 사건 후 자금 지출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다.
한화 관계자들은 검찰에서 “김 회장 보복폭행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인 3월9일 김 회장 비서실장의 요청에 따라 재무팀 금고에서 5,000만원을 인출돼 전달됐다”며 “3월19일 3,000만원, 3월26일 2,000만원, 4월9일 1,000만원이 같은 형식으로 모두 현금으로 전달됐다”고 진술했다.
경찰의 보복폭행 사건 수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졌던 시기에 용도가 불분명한 자금이 인출된 것이다. 경찰의 감찰 결과에 따르면 최 전 청장은 3월12일 장희곤 당시 남대문서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3월15일에는 한기민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장과 통화한 데 이어 홍영기 당시 서울경찰청장과 강남 일식집에서 회동을 가졌다.
김학배 당시 서울청 수사부장이 “광역수사대의 반발이 심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사건을 남대문서에 이첩토록 강행한 것도 3월17~28일 사이였다. 4월6일에는 강대원 남대문서 수사과장이 한화리조트 김모 감사의 요청에 따라 폭행 현장에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던 범서방파 출신 오모(해외도피)씨를 만났다.
검찰은 이 자금이 폭행 피해자들과의 합의금이나 폭행 가담자들의 도피자금, 수사 무마를 위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 등 3갈래로 수사하고 있다. 조직폭력배나 경찰 관계자들에게 한화측이 금품을 전달했다는 의혹과 연관돼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검찰에 소환된 한 한화 관계자는 “돈을 건넸을 당시에는 용도를 몰랐으나 언론보도를 보고 난 뒤 김 회장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해 그 돈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측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을 지난달말 확보한 것으로 보여 1일의 전격적인 한화그룹 압수수색도 이 진술을 근거로 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자금의 실제 출처도 조사 대상이다. 한화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개인재산을 일부 재무팀 금고에 보관해왔고 이번에 인출한 돈도 김 회장 개인재산”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회장 개인재산을 그룹 금고에 보관한다는 것이 석연치 않다는 이유로 “한화그룹 비자금 일부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회장측이 회사 자금을 빼낸 것으로 밝혀질 경우 횡령 등 혐의가 적용될 수 있어 자금의 출처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가 강도 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일 한화리조트 김 감사를 소환, 폭력배 동원 대가를 지불했는지와 오씨의 캐나다 도피에 개입했는지 등을 캐물었다. 검찰은 김 회장에 대한 구속만기일인 5일 김 회장 등 관련자를 기소할 예정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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