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이 러시아 사람들보다 러시아 왈츠를 더 잘 추네요. 이렇게 수준 높은 민간 외교파티가 있는 한국이 부럽습니다."
14개국의 대사와 부인들이 3일 저녁 서울 시내 한 호텔의 무도회장에서 턱시도와 이브닝 드레스를 차려 입고 보드카와 러시아 음식을 즐겼다. 민간사교모임 '가온(The Gaon)'이 주최한 '러시아의 밤' 파티다. 총 150여명이 참가한 이날 파티에서 외교사절들은 그 어떤 때보다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일과는 관계없는, 오로지 문화적 이해를 위한 친교의 파티여서 마음껏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메뉴는 주한러시아 대사관이 보르쉬(수프) 등 다섯 코스의 정통 러시아 음식으로 선정했고 건배를 위한 술도 보드카로 준비했다. 물론 러시아의 춤과 노래도 빠지지 않았다.
글레브 아바셴초프 주한러시아 대사는 "여러 나라에서 근무해 봤지만 한국처럼 민간에서 외교파티를 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외교관들에게 이보다 더 쉽게 서로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자리는 드물다"고 말했다.
서울에 외국 대사관이 90여개 있는데, 이중 14개국 대사가 참여했으니 민간 주최행사로 큰 규모의 외교파티다.
파티가 끝나갈 무렵 깜짝 이벤트로 러시아 가수가 러시아 민요 <백만송이 장미> 를 부르고 이달 중 임기를 마치고 외교부 차관으로 승진 전보되는 마수드 칼리드 주한파키스탄 대사의 부인 송숭희씨에게 장미꽃다발을 전달했다. 송씨는 모국인 한국에서 잊지 못할 2년을 대사 남편과 보내고 돌아간다고 감회를 털어놨다. 백만송이>
<백만송이 장미> 노래를 장미와 함께 전달한 이벤트는 외교사절단이 작년 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송별회 때 처음으로 선보였다가 외교가에 크게 화제가 됐다. 백만송이>
한국 민간 외교의 저력을 자랑한 주인공은 황철수 가온 회장이다. 그는 2002년부터 주한 외국대사관과 함께 봄, 가을 두 번씩 해당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정기 행사를 개최해 왔고, 이날 모임은 지난해 조직을 정비한 뒤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황 회장은 "처음에는 외국의 문화를 잘 알고 싶은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제는 외교가에서 민간외교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 매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가온은 비영리단체로 외국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음식, 와인, 춤’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중년 이상의 부부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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