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잔치였고 외침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2일 참여정부평가포럼 주최로 열린 특강에서 당초 예정 시간의 두 배가 넘는 4시간 동안 열변을 토했다.
동서고금을 살펴보면 포퓰리즘이나 전체주의 지도자들이 ‘마라톤 연설’을 즐겼으나 4시간 동안 연설한 경우는 드물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은 200자 원고지로 무려 306매 분량에 달했다. 이날 지지자 900여명은 한나라당 비판 발언 등이 이어질 때마다 무려 190여 차례 박수와 웃음으로 화답하는 등 마치 종교 집회나 대선주자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상당 시간을 한나라당과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공격에 할애했다. 우선 이 전 시장의 한반도 운하 공약에 대해서는 “제 정신 가진 사람이 투자를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박 전 대표를 겨냥해서는 ‘독재자의 딸’이란 표현을 쓰면서 “열차페리 사업은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내린 것”이라고 폄하했다. 또 범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민주노동당도 비판하는 등 전방위 공세를 폈다. 노 대통령의 비판 수위는 취임 이후 가장 강도가 셌다. 노 대통령은 “(원고를) 써놓고 밥 먹고 눈을 붙여 봤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며 들뜬 심정을 표출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전면적으로 대선과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反) 한나라당 세력을 재결집함으로써 임기말 권력누수 현상(레임덕)을 막고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범여권 유력 후보가 나올 때까지 노 대통령이 대리 주자 역할을 자처하려는 것 아니냐”는 촌평이 나왔다.
노 대통령은 특유의 ‘편 가르기’ 전략도 다시 꺼냈다. 언론을 기득권 집단으로 몰아붙였으며, 약자에 대한 지원을 반대하는 게 보수 세력이고 한나라당의 정체성이라고도 했다.
대신 DJ와의 정치적 연대를 모색하려는 듯 국민의 정부를 칭찬했다. 대선 정국을 ‘한나라당+일부 보수 언론+보수세력’과 ‘참여정부+DJ 세력+진보개혁 세력’과의 보ㆍ혁 대결구도로 끌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읽혀진다.
부동산 가격과 주가지수 등 일부 경기 지표가 호조를 보이자 참여정부 재평가 작업을 통해 친노세력 중심으로 반(反) 한나라당 세력을 결집시키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 같다.
노 대통령은 “고향 집 앞에 마당 만들고 ‘노사모 마당’이라고 이름 붙일 생각”이라며 노사모에 대한 애착도 표시했다. 특강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운동권 노래인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을 합창했고 노 대통령도 따라 불렀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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