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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판사가 변호사 노릇까지 한 법원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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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판사가 변호사 노릇까지 한 법원 현실

입력
2007.06.0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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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가 경영권 분쟁 당사자의 소송 자문을 해 주고 직접 편파적으로 재판을 진행한 혐의로 정직 10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대법원은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가장 무거운 징계를 결정했다며, 법원의 자체 감찰로 비위를 밝혀낸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반대편 당사자가 의혹 규명을 진정할 때까지 중견 법관이 법정 안팎에서 버젓이 한 쪽 당사자의 '변호사 노릇'을 서슴지 않은 법원 현실이 놀랍다. 징계조치로 국민의 신뢰 회복을 기대하는 것이 한가하게 들릴 정도다.

이 부장판사는 지난해 친구가 소개한 상장기업 대주주의 경영권 분쟁에 법률자문을 해 준 뒤, 관련 신청사건이 배당되자 회피하지 않고 재판을 진행하면서 대주주를 여러 차례 만났다.

또 다른 신청사건 재판장에게 전화로 대주주측 의견을 설명하는 대리인 노릇을 했다. 올 3월에도 관련 소송사건의 재판을 맡았다가 반대편에서 재판부 기피신청을 내는 바람에 손을 뗐다고 한다. 공정한 재판을 위한 법률 규정과 법관의 윤리, 체면 따위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듯 하다. 도대체 뭘 기대하고 그토록 애썼는지 자못 궁금하다.

대법원은 금품수수 사실은 없어 수사를 의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런 대가 없이 법관의 본분과 도리를 저버렸다는 말을 곧이 믿을 이가 얼마나 있을까 싶다.

이런 의혹을 규명하지 않은 채 징계에 그치는 것으로 사법부의 위신을 보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관과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을 구체적으로 확인케 한 사건의 심각성을 절실하게 새겨야 할 것이다.

특히 지난해 고법 부장판사가 돈을 받고 재판 청탁을 중개하는 '브로커 노릇'을 한 혐의로 사법 처리되는 초유의 사태로 법원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이런 비위를 망설임 없이 저지른 것은 개탄할 일이다.

대법원이 어느 때보다 요란스레 법조비리 대책을 떠든 것이 그릇된 의식과 관행을 개혁하는 데 얼마나 이바지했는지 의심스럽다. 법원 스스로 법원의 현실을 한층 엄하고 혹독하게 반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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