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권력 서열 6위인 황쥐(黃菊) 부총리의 사망은 올 가을 공산당 전당대회까지 전개될 권부 내 암투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홍콩 언론들은 황쥐가 2년 가까이 암 투병을 해오면서 황의 업무 대부분이 우이(吳儀)부총리에게 넘어가는 등 황의 공백은 그리 크지 않다고 전했다.
수면 위의 이런 상황과 달리 수면 밑 권력 암투는 그의 사망을 계기로 더욱 격화될 수 밖에 없다. 상하이방(上海幇)의 행동대장인 천량위(陳良宇) 전 상하이 당서기가 축출된데 이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 가장 강한 반기를 들어온 상하이방 좌장인 황 부총리 마저 사라짐에 따라 상하이방은 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는 후 주석 체제의 강화를 의미한다. 상하이방이 사라진 자리에 후 주석 측근들이 전진 배치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관측통들은 현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숨진 황 부총리와 함께 고령인 자칭린(賈慶林), 리창춘(李長春), 우관정(吳官正), 뤄간(羅幹) 등이 올 가을에 물러나고 그 자리를 후 주석 직계인 리커창(李克强) 랴오닝(遼寧)성 서기, 리위안차오(李源潮) 장쑤(江蘇)성 서기 등 공산주의청년단 출신(단파)들이 메울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태자당 세력과 일부 상하이방 세력을 결집, 또 다른 권력 축을 형성한 쩡칭훙(曾慶紅) 부주석도 측근인 시진핑(習近平) 상하이 당서기, 저우융캉(周永康) 공안부장 등을 상무위원으로 승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상하이방들이 자리를 보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황 부총리의 사망은 상하이방의 조종이 될 수 있다. 또 가뜩이나 위축된 상하이시 위상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의 심복인 황쥐는 장 전주석이 국가주석으로 발탁되자 상하이 시장(1991년) 상하이 당서기(1998년) 정치국 상무위원(2002년) 등을 거치면서 승승장구 해왔다.
장 전주석에 강한 충성을 보여온 황쥐는 그러나 적을 잘 만드는 정치적 행보와 비대중적인 이미지를 보여왔다. 사망직후 상하이의 한 시민은 그를 '정치꾼'(politician)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홍콩의 한 언론은 전했다.
한편 황 부총리 사망 직후 중국 언론은 이례적으로 신속히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사망 4시간여 만인 2일 오전 6시 30분 1보를 타전했다. 홍콩 언론이 중국 지도자 사망 소식과 관련해 신화통신이 '특종'한 첫 사례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지도자 사망과 관련한 중국 언론의 보도관행이 바뀔 수 있을 지 여부가 주목된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6ㆍ4 톈안먼(天安門) 사건을 앞두고 황 부총리의 평가 등에 관한 보도를 금지하는 등 관련보도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재임시 사망한 최고 지도자급 인사인 황 부총리의 장례는 덩샤오핑(鄧小平)에 버금가는 격식으로 성대히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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