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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어릴 적 독서량이 상상력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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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인생] 어릴 적 독서량이 상상력 크기

입력
2007.06.02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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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애가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 일주일에 두어 차례 잠자리의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처음에는 내가 어릴 적 들었던 옛날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곧 내용이 딸려 내 나름대로 이야기를 짓기 시작했다. 이야기 짓는다고 특별히 시간을 내어 플롯을 짜거나 캐릭터를 만든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 재우는 게 목적이었으므로 그저 떠오르는 대로 황당무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밑도 끝도 없는 그 이야기를 나는 ‘초현실주의 이야기’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전개에 금세 잠이 들어버리곤 했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이야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즉흥적이지만 자꾸 이야기를 짓다 보니 다양하면서도 안정된 패턴과 캐릭터들이 형성돼 갈수록 이야기의 완성도가 높아졌던 것이다.

혼자 집안일을 하다가 아이들 방에서 흘러나오는 내 이야기를 듣고 아내가 자지러지게 웃는 등 ‘빅 히트’를 친 이야기도 여러 편 나왔다. 아이들은 지금도 그때 재미있게 들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써 달라고 조른다. 즉흥적인 이야기였던 만큼 핵심적인 줄거리조차 제대로 기록해 놓지 않은 게 후회될 뿐이다.

그런데 당시 이야기를 만들어가면서 뼛속 깊이 느낀 사실이 하나 있다.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의 대부분이 사실은 어릴 적 내가 읽었던 책들과 어떤 양태로든 엮여 있다는 사실이다.

내 상상력의 크기가 곧 내 어릴 적 독서의 ‘크기’였던 것이다. 집안이 넉넉하지는 않았으나 언론ㆍ출판 계통에 종사하셨던 아버지 덕에 나는 일찍부터 책 속에 파묻혀 살 수 있었다.

계몽사와 육영사가 펴낸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 의 그리스 신화, 호머이야기, 소공자, 소공녀 등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달려와 책을 읽었고, 책을 읽다가 심심해지면 책으로 집짓기 놀이를 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나는 그렇게 내 상상력의 집터, 행복의 집터를 다졌다. 그래서 오늘 나는 내 아이들에게 당부한다. 공부 못해도 좋다. 하지만 절대 책을 손에서 놓지 말거라. 책은 네 인생을 가장 풍요롭게 해 주는 지상(至上)의 보물이다.

이주헌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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