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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마지노선만 안 넘은 감정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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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러 마지노선만 안 넘은 감정싸움

입력
2007.06.02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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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계획으로 촉발된 미국과 러시아의 감정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한데 이어 이번엔 군비경쟁까지 직접 언급했다. 러시아의 무력시위에 불쾌해진 미국은 푸틴의 발언을‘과거에 갇힌 행동’이라고 맞받는 등 격한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모스크바에서 카롤로스 파불리스 그리스 대통령과 회담을 가진 뒤 “미사일 시험발사는 (미국과의) 전략적인 균형을 유지하려는 대응으로, 새로운 군비경쟁이 시작됐다”며 최근 미국의 행보를 ‘일방주의와 제국주의’라고 비판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유럽재래식무기감축협약(CFE) 개정안을 승인하지 않으면 CFE를 탈퇴할 것이라고 거듭 위협했다.

푸틴의 날선 공세에 대해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맞불을 질렀다. G8(서방선진 7개국과 러시아) 외무장관 회담 참석차 독일 포츠담을 방문한 그는 “미국은 러시아와 21세기 파트너십을 원하는데 러시아는 또 다른 제로섬 게임을 염두에 두고 행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양측은 거친 설전 속에서도 극한대립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는 유지하고 있다. 양국 정상이 내달 1일 회담을 갖기로 한 합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메인주 케네벙크포트의 가족별장에 초청하는 등 ‘특별 예우’한다.

동유럽 MD 배치는 물론 북한ㆍ이란 핵문제 등에 있어서 러시아의 협력이 절대 필요한 미국의 현실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 역시 미국을 거칠게 몰아 붙이면서도 신형미사일이 공격형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는 등 ‘마지노선’은 넘지 않는 모습이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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