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우·권인숙·김남주·윤상원… 민주화에 바친 젊음의 기록 황광우 지음 / 창비 발행ㆍ224쪽ㆍ1만1,000원
윤동주의 시 <사랑스런 추억> 에서 빌려온 책 제목 <젊음이여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가 언뜻 젊음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 같다. 그러나 책의 내용이 온전히 낭만적이지는 않다. 대신 격동의 시대를 산 젊은이들의 결단과 자기 희생 그리고 꿈이 들어있다. 시대의 격랑을 헤쳐나간 젊은 영혼들의 기록이다. 젊음이여> 사랑스런>
저자 황광우(49)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황지우의 동생이다. 검정고시를 거쳐 1977년 서울대에 입학했으나 이듬해 서울 6개 대학 연합시위 사건에 연루돼 군사재판을 받는다. 80년 서울의 봄 때는 서울대 총학생회 간부로 일하다 제적됐고 이후 야학활동을 거쳐 노동운동에 투신한다.
광주항쟁 당시 현장에서 활동한 큰 형, 계엄군의 총탄에 맞아 숨진 윤상원, 윤상원과 영혼결혼식을 올린 박기순, 광주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고교생 김상호, 광주항쟁의 배후로 지목돼 13년간 미국에 망명한 윤한봉, ‘남민전 전사’ 김남주 시인, 부천서 사건의 권인숙, 조직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인천지역 노동운동가 전희식, 감옥에서 약혼한 김창한 등 그가 만난 많은 사람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김대중 내란 음모 사건으로 모진 고문을 받던 둘째(황지우)를 구하기 위해 수배중인 셋째(황광우)를 경찰에 넘겨줄뻔한 어머니의 기막힌 처지는 독자가 가슴을 치게 만든다.
역사에 대한 짧은 생각도 담겨 있다. 역사는 반동을 통과하며 전진하고, 때로는 인간의 머리로 헤아릴 수 없는 우연이 개입하며, 역사적 사건에서 사람의 수가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그렇다. 87년 6월 항쟁은 두 세력이 타협한 일종의 명예혁명으로, 엄밀히 말하면 혁명은 아니지만 민주주의혁명의 한국적 경로라고 말한다.
저자는 80년에서 87년으로 이어지는 그 시기를 싱싱한 육성으로 기록하고도, 굳이 교훈을 주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대신 청년들에게 자신의 지난날을 있는 그대로 만지게 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책은 비장하면서도 재미있다.
황광우는 80년대 중후반 정인이라는 필명으로 <소외된 삶의 뿌리를 찾아서> <들어라 역사의 외침을> <뗏목을 이고 가는 사람들> 같은 책을 내 이름을 날렸으며 민주노동당 중앙연수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뗏목을> 들어라> 소외된>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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