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차 남북장관급회담이 쌀 차관 제공 문제를 둘러싼 남북의 이견 때문에 제대로 된 회의 한번 못해보고 회담 나흘째인 1일 종결됐다.
남북은 이날 오후 3시 20분께부터 종결회의를 갖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 사이의 화해ㆍ 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문제들을 더 연구해 나가기로 한다’는 내용의 1장짜리 간략한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남북은 그러나 차기 회담 일정 등을 잡지 못했고, 공동보도문 내용도 원론적 수준에 그쳐 회담은 사실상 결렬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북측은 회담 내내 당초 5월 말 하기로 했던 대북 쌀 차관 제공을 남측이 2ㆍ13합의 이행 과 연계해 유보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이 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남측은 국내ㆍ외 여론을 고려, 쌀 차관 제공 유보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다. 결국 ▦한반도 평화 공동연구 ▦국방장관회담 개최 ▦경의ㆍ동해선 철도 부분개통 등 우리가 제안한 의제들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특히 북측은 남측의 쌀 차관 제공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이산가족 상봉행사 실시 등 남북간 다른 합의사항을 지킬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남북 관계에 난항이 예상된다. 고경빈 남측회담 대변인은 이와 관련, “이미 합의된 회담이나 행사가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며 “북측도 구체적인 회담이나 행사에 대해 (중단을) 언급한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남측 수석대표로 회담을 이끈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회담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개회부터 종료까지 모든 일정을 소화했고, 공동보도문까지 채택함으로써 회담의 과정과 내용을 잘 마감했다”고 말해 빈축을 샀다.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를 단장으로 한 북측 대표단 26명은 이날 오후 4시 30분께 회담장인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을 떠나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평양으로 돌아갔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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