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구글라이제이션'이 있다면 국내에는 '네이버라이제이션'이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인 미국 구글(google.com)은 과도한 정보 집중으로 '구글의 세계화', 즉 '구글라이제이션'(googlization)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요즘 국내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naver.com)의 지나친 독주와 비대화, 바로 '네이버라이제이션(naverization)'에 대한 지적이다. 이런 우려를 상징적으로 입증한 사례가 발생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운영업체인 NHN에서 지난해 6월 350억원에 인수한 토종 검색사이트인 첫눈(1noon.com)이 1년만인 6월1일자로 서비스를 중단한다. 겉으로는 잠정 중단이지만 핵심 인력인 '첫눈' 개발진이 손을 뗐고 재개 시점마저 불분명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서비스 중지인 셈이다. NHN 관계자는 "무기한 중지여서 다시 재개할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첫눈'은 네오위즈의 검색개발을 총괄하던 장병규 사장이 개발팀을 이끌고 2005년 분사해 세운 업체. 검색어가 많이 등장하는 문서위주로 검색순서를 보여줘, 정보의 정확성이 높기로 유명했다.
덕분에 '첫눈'은 네이버에 식상한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으며 전문검색 사이트로 큰 인기를 끌었다. "네이버를 누르고 구글과 겨룰만한 검색기술"이라는 평까지 받았다. 미국 구글까지도 '첫눈'의 기술력에 주목해 인수합병(M&A) 제의를 했으나, 장 사장은 국내 기술을 해외에 팔 수 없다는 이유로 결국 NHN을 선택했다.
그러나 '첫눈'은 NHN에 흡수되면서 더 이상 국내 네티즌들에게 독특한 검색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됐다. '첫눈' 개발진들은 현재 NHN에서 연말을 목표로 국내 검색이 아닌 일본어판 네이버 검색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NHN 관계자는 "첫눈 인수는 처음부터 개발인력 흡수가 목적이었다"며 "국내의 좋은 기술이 해외에 퍼지는 것도 국내 서비스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NHN은 구글이 첫눈을 인수하는 것을 막으면서, 동시에 잠재적 경쟁자였던 첫눈 자체를 제거한 셈"이라며 "구글 못지않게 NHN의 독주가 무섭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의 독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특히 석연치 않은 검색결과는 군소 인터넷 업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블로그 커뮤니티 사이트인 올블로그(alblog.net)는 최근 "검색결과의 공정성이 의심스럽다"며 네이버와 맺었던 제휴를 중단했다.
올블로그의 각종 콘텐츠들이 네이버 검색 결과에 나타나도록 제휴를 체결했으나 네이버측이 네이버 블로그 위주로 노출해 올블로그 콘텐츠는 사실상 노출이 안된다는 이유때문이었다. 동영상 전문사이트인 판도라TV(pandora.tv)도 같은 이유로 지난 4월 네이버측에 공정한 검색 결과 노출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네이버의 지나친 비대화, 즉 '네이버라이제이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정 포털이 인터넷시장의 70% 이상을 좌우하는 상황에서는 인터넷 업계가 발전할 수 없다"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만 국내 인터넷 산업이 발전할 수 있고 이용자들도 양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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