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소암(素菴) 현중화(1907~1997)는 제주도에서 활동한 지방 작가 정도로 알려져 있다. 1950~ 60년대 국전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다가, 1979년부터 타계할 때까지 근 20년 간 고향 제주를 떠나지 않고 자연과 술을 벗해 글씨만 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한ㆍ중ㆍ일 현대 서예의 큰 흐름이 된 중국의 육조 해서를 일본에서 익혀 1950년대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자적 세계를 이룬 큰 작가다.
특히 말년에는 꼬냑이 없으면 붓을 들지 않을 만큼 취필을 즐겼는데, 거침없이 붓을 달린 글씨가 가히 속세를 벗어난 듯한 경지에 이르렀다. 예컨대 송강 정철의 한글가사 <장진주사(將進酒辭)> , 도연명의 <음주> 시, 술이 모자란다는 뜻의 <주부족(酒不足)> 등의 글씨는 취선(醉仙)의 것이다. 주부족(酒不足)> 음주> 장진주사(將進酒辭)>
소암 현중화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서귀소옹(西歸素翁)의 삶과 예술-먹고 잠 자고 쓰고> 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글, 국한문 혼용, 전서와 예서, 해서, 행초서, 파체서(破體書) 등 소암이 구사한 모든 종류의 서체와 작품 가운데 100여 점을 전시 중이다. ‘서귀소옹’은 그가 말년에 사용한 호로, ‘서귀’, 즉 ‘서방정토로 돌아간다’는 뜻은 제주의 자연에 파묻혀 글씨에만 매진하던 풍모와 겹친다. 17일까지. (02)580-1284 서귀소옹(西歸素翁)의>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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