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춤추듯 움직이는 형형색색의 열대어, 물살의 흐름에 맞춰 촉수를 살랑살랑 흔들며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산호와의 조우가 한결 쉬워지는 계절이다.
7,107개의 섬으로 이뤄진 나라 필리핀, 그 중에서도 생태계의 보고인 엘니도는 해양 스포츠 마니아에게는 최고의 휴양지. 지난달 초 필리핀항공이 오전편을 신설, 매일 오전 오후 2회 인천-마닐라 직항편을 운항해 한결 가까워진 이 행양스포츠의 천국에서 시원한 여름을 맞아보자.
●스쿠버 다이빙의 천국, 엘니도
엘니도(El Nido)는 필리핀 최고의 해양 생물의 보고로 묘사되는 팔라완(Palawan) 군도로 가는 관문이다. 새 둥지라는 뜻의 엘니도는 마닐라에서 남서쪽으로 430km 떨어진 엘니도 타운과 팔라완 중 45개의 섬을 묶은 바쿠잇(Bacuit) 군도를 통칭한다. 200종 이상의 열대어와 100종 이상의 산호가 살고 있어 다이빙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또 엘니도 타운에서는 방카(bancaㆍ배)를 타는 것만으로 전세계 다이버들의 로망인 코론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바쿠잇 군도 북부의 칼라미안 군도에 속해 있는 코론 섬과 부수앙가 섬 인근 해역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미군에 격침 당한 일본 군함이 침몰해 남아 있어 ‘난파선 다이빙(Wreck Diving)’ 구역으로 유명하다.
상급 다이버만 경험할 수 있는 난코스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난파선은 수심 10~40m깊이까지 분산돼 있어 초보자라도 지도자의 손에 이끌려 난파선 탐험에 나설 수 있다. 총 20척이 침몰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재까지 12척이 발견된 상태다.
물론 ‘다이빙의 천국’에서도 주의사항은 있다. 맑은 바다와 뛰어난 시야 때문에 깊이감을 잃고 예상보다 더 깊은 곳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산호 등 천연 자원을 만지거나 따오는 것은 금물이다.
●스노클링+카야킹
엘니도의 미니록 섬(Miniloc Island)은 안전한 지점에서 1년 내내 다이빙을 할 수 있어 다이빙 교육에 최상의 장소로 꼽힌다. 그만큼 해양 생물이 섬과 가까이 있다는 뜻으로 스노클링 하기에도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산소통을 매고 바다 깊이 내려가는 스쿠버 다이빙과 달리 스노클링(Snorkeling)은 간단한 장비만으로 수면에서 수심 5m 안팎의 수중관광을 즐기는 레저 스포츠다.
엘니도 내 최고 난이도의 스노클링 지역인 팡가루시안 섬(Pangalusian Island)은 여러 종류의 산호가 집중돼 있어 인기 있는 지역이며 미니록 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빅 라군(Lagoonㆍ석호)과 스몰 라군 근방도 스노클링 장소로 유명하다.
2억 5,000만년에 걸쳐 만들어진 석회석 절벽으로 둘러싸인 호수로 일종의 천연 수영장이 만들어진 셈이다. 빅 라군과 스몰 라군은 카약(kayak)을 타면서 경치를 감상하기에도 좋다.
●럭셔리형 VS 알뜰실속형
엘니도에서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방법은 호화로운 리조트에서 풀 서비스를 받으며 즐기는 방법과 엘니도 타운에서 실속 있게 즐기는 2가지의 길이 있다.
엘니도의 대표적인 리조트는 미니록 섬과 라겐 섬(Lagen Island)에 각각 위치한 엘니도 리조트다. 엘니도 리조트 미니록 아일랜드(이하 미니록 리조트)는 43개, 엘니도 리조트 라겐 아일랜드(이하 라겐 리조트)는 51개의 객실이 있다. 소수만 갈 수 있는 만큼 가격대도 상당히 높다. 미니록 리조트는 시기와 방의 종류에 따라 1박에 7,500~1만 2,000페소(약 15만~24만원), 라겐 리조트는 1만~1만 5,500페소(약 20만~31만원)다.
가격은 비싸도 각각 직원수가 90~100명으로 거의 고객 1인당 1명의 직원이 서비스하는 셈이어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모든 해양 스포츠뿐 아니라 하이킹, 마사지, 선셋 크루즈, 동굴 탐험, 낚시 등 모든 액티비티 비용이 포함돼 있다.
호화로운 서비스는 포기하고 숙박비를 아껴 해양 스포츠에 집중하고 싶은 경우라면 엘니도 타운에서 묵는 게 낫다. 숙박업소는 300페소(약 6,000원)부터 1,700페소(약 3만 4,000원)까지 가격대에 따라 시설 수준별로 선택할 수 있다.
해양 스포츠를 즐기려면 팔라완숍, 엘니도마린클럽 등 액티비티 전문 업체나 호텔에서 판매하는 패키지를 이용하면 된다. 돌아보는 지역에 따라 A,B,C 패키지로 나뉘며 6~8시간 가량 다이빙, 스노클링, 아일랜드 호핑(Island Hoppingㆍ여러 섬 돌아보기), 카야킹 등을 체험하는 상품이다.
4~6명 단위로 그룹 단위로 2,600~3,500페소(약 5만 2,000~7만원)의 비용을 받기 때문에 점심식사와 방카 대여비를 포함, 1인당 500~600페소(약 1만~1만 2,000원) 안팎이 든다고 보면 된다. 스노클 등 장비 대여료는 100페소(약 2,000원).
●어떻게 갈까
엘니도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필리핀 마닐라로 가야 한다. 엘니도와 아만폴로로 가는 전용 비행장인 마닐라 소리아노 공항에서 ITI나 동남아시아 항공(SEAIR)의 19인승 경비행기를 타면 된다.
ITI는 하루 2회 마닐라-엘니도 직항편(약 1시간 20분 소요)을 운항하며 SEAIR는 주 2~3회 부수앙가 섬을 경유하는 비행기를 띄운다. 엘니도 타운까지는 엘니도 공항에서 10분 정도 트라이시클(필리핀의 삼륜 자동차)을 타고 간다. 또 엘니도 리조트는 엘니도 공항에서 리조트가 제공하는 방카를 타고 다시 45분쯤 들어가면 된다.
엘니도(필리핀)=김소연 기자 jollylif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