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 금지 조치 재고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가 불과 2시간여만에 번복해 외압 의혹이 일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31일 오후 4시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공적 민간기관인 금감원이 정부의 획일적 조치를 면밀한 검토없이 추종하는 현실은 절차의 적정성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성명서를 보도자료와 함께 기자실에 배포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국정홍보처의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이 중앙 행정기관을 넘어 중립성이 중시되는 금감원의 취재지원시스템까지 구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무실 출입 금지가) 금감원 관련 부서의 자체 검토나 관련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없이 이뤄져 업무처리 절차의 적정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불과 3시간도 지나지 않은 오후 6시30분께 금감원 총무국 관계자들이 노조 명의의 해명자료를 공보실에 들고 왔다. 해명자료는 “보도자료가 취재 제한에 대한 금감원 공식 입장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후 공식입장을 다시 밝힐 예정”이라는 내용이었다.
노조 측이 자신들이 낸 보도자료 내용을 전면 부인한 해명자료를 사측인 금감원을 통해 배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오승훈 노조 부위원장은 “사측이 ‘가뜩이나 금감원 임직원들의 비리 사고로 외부 평판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청와대 방침과 어긋나는 내용의 성명서를 내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데다 일부 노조원도 반발해 간부회의를 열어 해명자료를 내게 됐다”며 사실상 금감원의 외압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이에 대해 은행권 노조의 한 간부는 “아무리 어용 노조라고 해도 사측을 통해 자신들이 발표한 성명을 뒤집는 해명자료를 배포하는 경우는 없다”며 “사측과 외부의 강한 외압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