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가 29일 신형 다탄두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미사일 발사는 미사일방어(MD)의 동유럽 배치를 추진하는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는 와중에 이뤄졌다. 러시아는 사정거리를 늘린 전술 순항(크루즈) 미사일 실험도 함께 실시했다.
러시아 전략미사일군은 “북서부 플레세츠크 이동식 발사대에서 신형 ICBM인 ‘RS-24’ 미사일이 5,500km를 날아가 태평양 연안 캄차카 반도의 목표물을 명중시켰다”고 밝혔다. 군은 “RS-24가 동유럽 MD 체제를 무력화시켜 핵 억지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RS-24는 최대 사정거리 9,700km의 ‘토폴-M’을 개량한 것으로, 핵탄두 6~10개를 탑재할 수 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제1부총리는 미국의 MD를 겨냥해 “신형 미사일은 지구상 어떤 요격 미사일망도 뚫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동유럽 MD가 유럽을 화약고로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가 미사일 실험을 통해 미국과 신냉전 양상의 군비경쟁을 벌일 의지를 확인했다고 논평했다. 러시아가 오일머니를 앞세워 서방세계와 대결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이 사전에 준비된 것으로, 실제 MD를 겨냥한 것이 아니란 분석을 하고 있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앤드루 쿠친스 러시아ㆍ유라시아 담당국장은 “미국과 자국민에 대한 과시용(showing)”이라고 평했다. 뉴욕타임스도 “RS-24는 서방에 익히 알려진 미사일이며, 이번 실험도 사전 통보된 것이어서 우려할 만한 문제가 아니다”고 전했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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