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감사들이 남미 이과수 폭포에 다녀온 것이 여론의 뭇매를 맞던 이 달 중순, 동료가 모임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왜 공기업 감사들이 이과수 폭포에 간 것은 신문들이 그렇게 문제를 삼으면서 같은 시기 같은 지역을 답사한 구청장들은 문제 삼지 않느냐고. 그 자리에서도 갑론을박이 있었다 하고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신문사 동료들 간에도 해설이 분분했다.
대접 다른 공기업 감사와 구청장
"공기업 감사들은 현 정부와 연관 있는 사람이고, 구청장들은 한나라 당 사람이다, 공기업 감사는 임명직이지만 구청장은 선출직이다, 공기업 감사에게는 외국탐방이 전문성을 높이는 것과 상관이 없지만 구청장에게는 외국탐방이 전문성을 높여준다, 공기업 감사는 언론의 비판 말고는 제재할 방법이 없지만 구청장은 (앞으로) 주민소환제로 제재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어떤 해석이 가장 그럴듯한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같은 행위를 저지르고도 평가가 딴판이었던 사실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명백했다.
이와 비슷한 일이 검찰과 경찰 사이에도 일어났다. 김승연씨의 폭행과 경찰의 은폐 사건이 터졌을 때 검찰은 대한의사협회의 정치권 로비 사건을 은폐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었다.
당시 의협 회장이 국회의원들에게 주기적으로 뇌물을 주었다고 고백한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시작된 이 사건에는 비슷한 증거자료를 검찰에 제시했으나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료계 인사의 폭로로 이어졌다.
이토록 분명한 범죄행위에 대한 제보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검찰은 수사할 책임이 있다. 만일 이를 묵살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경찰이 김승연씨의 폭행을 수사하지 않은 정황과 마찬가지로 연유를 밝혀야 한다.
그런데도 검찰의 문제는 검찰이 의협의 정계 로비 사건 수사를 시작하면서 쑥 들어가버렸다. 반면 경찰의 문제는 김승연씨 사건이 확대되면서 점점 커져서 경찰청장이 검찰에 진상을 수사해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고 그에 대한 반발로 경찰 전체가 시끄럽다.
검찰도 문제 검찰 밝혀야
검찰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수사권을 갖기를 열망해오던 경찰로서는 내부의 문제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게 되었으니 그 분노와 수치심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진정 수치심을 느껴야 할 문제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부분이 아니라 아직도 인맥과 구습에 얽혀 경찰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경찰이 있다는 사실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일부 경찰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치고 도려내기로 나섰다는 것은 오히려 경찰 스스로 한단계 성숙했다는 척도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경찰은 강할 때 독립된 수사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여론은 경찰이 도덕적으로 믿을 수 있을 때 독립된 수사권을 줄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도 내부에 문제 검찰이 있는가를 밝히고 드러내는 작업을 시작해주길 바란다. 2007년의 검찰은 과거 어느 정부의 검찰과 비교할 수 없게 도덕적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 내부에는 기업과 결탁하고 피의자의 인권을 무시하는 검사들이 있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오죽하면 노회찬 의원이 '떡값 검사'의 이름을 거명한 일로 기소가 된 것을 반겼겠는가. 재판을 통해서라도 실체가 드러나길 바라기 때문이다.
수사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 있음을 드러내진 않는다. 오히려 결백을 밝혀줄 수도 있다. 그런데 경찰이나 검찰이나 수사 자체를 꺼리고 문제 있는 구성원에 대한 비난을 조직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고 반응한다면 그 때는 문제가 심각하다.
만일 경찰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자신감을 보이는데, 검찰은 스스로 못한다면 경찰에 독립된 수사권을 주어서 상호 검증토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여론이 생겨날 수도 있다.
서화숙 편집위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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