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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2007-정연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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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 2007-정연두'전

입력
2007.05.3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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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해 말 ‘올해의 작가’로 정연두(38)를 선정하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매년 현대미술에서 새롭고도 주목할 만한 작업을 하는 작가를 선정하는 이 제도는 내내 중견ㆍ원로작가 차지였지, 나이 마흔도 안 된 젊은 작가를 선정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올해의 작가 2007-정연두’전이 과천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ㆍ영상ㆍ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세상을 보는 독특한 시선을 표현해온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신작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 를 만들었다. 미술관 전시실을 영화 세트처럼 꾸며서 찍은 70분 짜리 영상과, 그것을 만드는 데 쓰인 촬영 장비와 소품을 늘어놓은 설치로 이뤄진 작품이다.

방 안, 빈 도시의 거리, 농촌 풍경, 들판, 숲, 운해(雲海)의 총 여섯 개 장면으로 이뤄진 영상은 70분 동안 한 번도 끊거나 멈추지 않고 찍어서 아무 편집 없이 내놓은 것이다.

영상의 내용이 재미있다. 가짜이고 연출한 것임을 내놓고 보여주기 때문이다. 예컨대 장면 3, 농촌 풍경. 흙 길과 논이 있다. 작업자들이 나타나 논바닥 모양 천을 깔고 벼 모양 소품을 심는다.

농부 차림의 한 명이 낫을 들고 와서 벼 베는 시늉을 하고 퇴장하면 작업자들이 논 모양 천을 잡아당겨 빼내고, 다른 사람들이 풀을 심고, 지게차가 돌돌 말린 잔디를 싣고 와서 깔고 나면,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 들판으로 장면 전환.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유쾌한 농담 같기도 하다.

진짜 같은 가짜 세트와, 실제 소까지 한 마리 끌어다가 찍은 가짜 같은 진짜 풍경이 오락가락 뒤섞인 이런 영상은, 그가 <내 사랑 지니> <로케이션> 등의 기존 사진 연작에서 허구와 실제, 현실과 꿈을 그럴 듯하게 짜깁기 하던 것과 통한다.

산 꼭대기에 세트를 갖고 올라가 가짜처럼 보이게 찍은 진짜 풍경, 대도시의 시멘트 바닥에 모래를 깔아 만든 인공 해변 등의 이미지를 통해 그는 있을 법한 허구, 혹은 가짜인 척 하는 진짜의 모호한 경계를 즐겁게 넘나들곤 했다. 왜 그러냐고? 작가의 말은 이렇다.

“보통 사진은 내면이 아닌 겉 모습을 포착한다고 한다. 사람의 마음, 꿈, 심리를 찍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나는 사진으로 그러한 비현실적인 것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사진을 통해 마음 속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이번 전시는 기존 작업 중 <보라매 댄스홀> 과 <로케이션> 을 포함하고 있다. <보라매 댄스홀> 은 스포츠댄스 교습소에서 춤 추는 사람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벽지 문양처럼 벽에 붙이고, 춤 추기 좋은 바닥재를 깔고, 흥겨운 음악까지 틀어놓은 작품이다. 중년의 평범한 남녀들이 허름한 공간에서 잠시나마 최선을 다해 춤을 추는 모습에서, 작가는 로맨틱할 것 없는 현실의 로맨틱한 순간을 붙잡아 관객에게 전달한다.

전시는 7월 29일까지. (02)2188-6000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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