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광주 5ㆍ18기념문화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 비전대회는 사실상 1 대 4의 구도로 진행됐다. 지지율 1위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박근혜 전 대표 등 나머지 4명의 질문과 공격이 집중됐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토론장 내부는 물론, 밖에서도 치열한 기싸움을 했다.
상호 토론(50분)과 추가 지정토론(25분)에서는 박 전 대표,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 의원이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와 ‘747’경제 공약에 대해 질문을 집중했다. 홍 의원은 아예 질문 시간 대부분을 이 전 시장과 일문일답을 하며 대운하를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대운하는 언급하지 않는 대신, ‘747’을 겨냥, “왜 차기 임기 이후인 10년 후 공약을 하느냐”고 이 전 시장을 공박했다. 이 전 시장은 “경제 계획은 보통 10년 단위로 계획을 세운다”고 응수했다.
홍 의원과 고 의원은 대운하 문제를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홍 의원은 “대운하는 환경파괴”라고 맹공했다. 고 의원은 “물을 가둬 두면 썩는다”며 운하 공약 철회를 요구했다.
원 의원도 “신혼부부에게 아파트 1채씩 주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선심성 공약”이라고 이 전 시장을 몰아붙였다.
이 전 시장은 공세가 집중되자 답변 시간 중 상당 부분을 대운하 해명에 활용했다. 이 전 시장은 “대운하는 환경복원 정책이다. 환경에 반한다면 그것은 할 수도 없다” “가둬 놓은 물이라고 썩지 않는다.
오염 물질이 밖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썩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지금 마치 대운하를 반대하면 뭐가 되는 것처럼 정치적인 분위기가 돼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박 전 대표에 대해 홍 의원과 고 의원 등은 “열차 페리는 철회돼야 한다” “대처이즘은 20년 전 리더십”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들의 공격에 대해 적극적으로 응수했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측의 장외 신경전도 매우 뜨거웠다. 무엇보다 양쪽 지지자들은 토론회 진행과정에서 주요 대목마다 박수와 함성을 멈추지 않았다.
박 전 대표 지지자들은 박 전 대표의 발언뿐 아니라 홍 의원과 고 의원 등이 대운하 공격 질문을 할 때도 큰 박수를 보냈다. 이 전 시장 지지자들도 이 전 시장의 답변이 끝날 때 마다 손뼉을 쳤다.
당 지도부와 사회자가 “토론 진행을 위해 특정후보를 연호하거나 야유하지 말고, 손뼉을 치지 말아달라”고 수차례 당부했지만 허사였다.
이날 802석의 좌석은 물론, 통로까지 청중들이 가득 차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당에서 입장 비표를 발급한 지역 당원과 각 후보 지지자 등 1,800여명 중 1,500여명이 행사장에 입장했다.
특히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지지자 500여명은 비표가 없어 입장하지 못했고, 당 진행 요원들이 비표 없는 사람들의 입장을 철저히 통제하자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MB 연대’와 ‘박사모’등 두 주자 지지자들 1,000여명은 이날 토론장으로 들어올 때와 나갈 때 곳곳에서 ‘이명박’ ‘박근혜’를 연호하며 신경전을 펼쳤다. 선관위 관계자들이 불법이라며 제지했으나 오히려 항의만 받았다.
광주=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