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과 베토벤과 푸치니
해금으로 크로스오버 음악을 사통오달로 연주하는 해금 공주 이꽃별은 거침이 없고 생기발랄하다. 대화 표현력이 뛰어나고 글쓰기를 즐기고 스케치도 잘하는 1980년 생 신세대다. 이런 종합적 감각은 시뮬레이션과 디지털의 세례를 받은 신세대의 특징 중 하나로 보인다.
해금 연주에 신들린 듯한 이꽃별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을 퓨전으로 연주하고, 한인현 작사 이흥열 작곡의 동요 섬집 아기를 현으로 부르고, 상주 아리랑을 블루스로 켠다.
꽃별의 3집 앨범에는 푸치니의 오페라 ‘잔니 스키키’가운데 나오는 소프라노 아리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O mio babino caro)’를 편곡한 해금 연주도 있다. 다른 설명이 없으면 전혀 다른 곡으로 여겨질 정도로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한 편곡이라는 지적이다.
처음에 꽃별 ‘오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를 해금으로 켜니 뭔가 어색했다. 한 300번쯤 연습하다가 살짝 음을 바꾸어보자 해금과 잘 맞고 한국적이면서 원래 선율의 손상도 없이 재미있게 연주되었다.
Dear. 나의 해금
해금은 오죽에 말총을 얹은 활로 두 줄의 명주실을 비벼 켜면 착착 감겨드는 소리를 내는 찰현(擦絃)이다. 2현인데 25현 악기보다 더 다양한 음역을 가졌다.
꽃별의 해금 사랑은 2006년에 낸 3집 앨범 ‘플라이 플라이 플라이(FLY FLY FLY)’에 해금송가를 써서 올린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나로 인해 새로 태어나는 것들/ 이것들을 껴안고/ 헤매고 돌고 부딪치는 깜깜한 시간을 지나/ 이제 빛을 만나기 전의/ 두근거리는 순간입니다/ 그러나 결국 도망치지 않고/ 용기 있게 빛을 향해 한 거름 내딛는 것은/ 분명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Dear. 나의 해금/ 2006년 1월 꽃별.’
‘꽃별’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내력은 아빠와 직결된다고 말한다. 그녀가 태어나는 날 아빠는 사막에서 꿈을 꾸었다. 사막 하늘에 별이 가득 뜨고 사막 평원에 꽃이 가득 피었다. 그래서 사우디 현장에 있던 아빠의 결정으로 이름이 ‘꽃별’로 정해졌다.
이꽃별은 해금을 선택할 때도 아빠의 안내를 받았다고 한다.
꽃별은 동요 ‘섬집 아기’를 들으며 잠들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아기였다. 초등학교 6학년, 우연히 관람한 공연에서 한국음악을 처음 보자 하고 싶어졌다.
중학 과정인 국악학교에 입학한 후 전공악기를 정하기 위해 고민하면서 꽃별이 거문고가 제일 멋있고 깊이가 있고 남성적이라고 생각할 때 아빠가 거문고는 너무 크다, 몸집이 아담한 꽃별에게는 해금이 최고로 맞고 음역이 현대악기와 제일 잘 어울린다고 권유했다.
그런 어느 날 꽃별이 연습실에서 들은 해금소리. 마치 정말 아름답고 신비로운 여자, 그런데 어딘가 아파보이는 여자, 그런 여자가 노래하는 것 같았다. 그 소리를 느끼면서 “그래 해금이어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결국 그녀에게 아버지는 ‘꽃별과 해금’을 묶어서 이꽃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개입한 인생의 안내자다.
- 해금은 실제 연주할 때 감촉이나 느낌이 어떤가요?
“소리에 관한 느낌은 까칠하면서도 연약하기도 하고, 사각거리면서 때론 매끈하죠. 손가락의 느낌은 뭐랄까 아프지만 손끝에서 희열이 느껴진다고 할까. 어떤 곡에서 격렬한 연주를 마쳤을 땐 손끝부터 어깨, 허리까지 얼얼하죠.”
새로운 국악세대의 별
- 국악앨범 3집의 수록곡을 대부분 작곡, 편곡했다는데 베토벤의 비창, 동요 섬집 아기, 상주 아리랑 등을 왜 퓨전음악으로 편곡했나요?
왜 라는 질문이 가장 대답하기 어렵죠. 이유 없이 좋으니까. 누구나 가슴속에 자신만의 멜로디를 가지고 있으나 그걸 끄집어내는 방법을 모를 뿐이죠. 저의 경우는 앨범 작업을 하면서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애쓰다 보니 곡이 써지게 된 거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하여 세 번째 도전한 콩쿠르에 떨어져서 어깨가 쳐져 있는데 선배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리꾼 김용우 선생님이 밴드에 해금이 필요하다는데 네가 해볼래?” 김용우가 일본 측 초청을 받자 함께 공연하러 갔다. 그때 꽃별의 에너지 넘치는 연주를 본 일본 프로듀서가 일본에서 음반을 내자고 제의했다. 1, 2집을 한국과 일본에서 내고 활동하기 위해 일본에 가서 일 년을 사는데 정말 외로웠다.
특히 3집을 준비할 때가 힘들었다. 녹음하는 두 달 반 동안 깜깜한 터널을 지나는 기분으로 작곡, 편곡, 연주, 녹음, 믹싱, 마스터링까지 모두 자력으로 진행했다.
죽음에 대한 단상
그녀는 자기 음악은 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러면서 깊이가 있기를 바란다.
그저 흘려버리는 농담이 아니라,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런 음악이기를 바란다. 어떤 사람들은 꽃별의 음악이 서양음악에 묻혀가는 게 아니냐고 캐묻는다. 그러나 꽃별은 우리에게 친숙한 서양음악을 몸에 익혀 우리의 가락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금년 초 여동생 이다은과 45일간 인도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그녀는 노트에 ‘죽음’이라는 제목의 글을 거꾸로 썼다. “결코 다시 닿을 수 없는 짓. 길의 끝. 다시 이어지지 않는 암흑. 여기서는 그 다음을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것. 무엇으로 대신할 수 없는 공평한 끝.”
- '죽음'에 관한 단상을 거꾸로 쓴 이유는?
“ 거꾸로 글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가지런한 글씨로는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살면서 죽음이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를 자주 느낍니다. 삶의 열기에 춤추듯 살고 있을 때도 문득 한 발자국 옆에는 죽음이 있다는 생각을 하죠. 그래서 또 더욱 행복하게 살게 되지만요.”
-자신은 퓨전음악가, 크로스오버 음악가, 전통음악가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깝습니까?
“저는 그냥 음악가입니다. 굳이 고른다면 크로스오버에 가장 가깝습니다.”
-크로스오버 음악에 이은 자기미래의 모습은?
“저의 미래의 모습을 물으시는 거라면, 세계의 그 많은 보석 같은 음악들과 만나 작업하고 싶습니다. 그런 것들과 해금이 만나서 더 좋은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꺼라 생각합니다.”
- 14년 후 40대에 이를 때 어떤 모습의 자화상을 그릴 수 있겠습니까?
“우선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가 있을 것이고, 그에 따라 음악도 달라져 있겠죠. 새로운 것들을 만나서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는 지금이나 같지 않을까요.”
원고를 막던 날 이꽃별 다운 이메일을 보내왔다.
‘Dear 안병찬 교수님,
비가 오려고 날이 꾸물거립니다. 오늘, 새롭고 즐거운 만남에 감사드리고 다시 좋은 날 뵙기를 기다립니다. 부족한 글들을 보내드립니다.
그저 솔직함만 봐주시기를. 그럼 내일은 꼭 예쁜 색깔 우산 챙기세요~. 봄이잖아요
*꽃별 드림.’
● '기분좋은 QX'가 제공하는 트렌드 ABC/ 10대 전문가, 20대 자기트레이너, 교육매니저의 부상
고용불안은 20대의 채용을 미루고 있다. 젊은이들은 20대 뿐 아니라 30대까지 자기 경력을 관리하고자 학습에 투자하는 기간이 길어진다. 따라서 청년들이 직업을 가지고 산업현장에 데뷔하는 시점이 늦어진다.
한편으로 지식사회에서는 정해진 고등교육을 마치고 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하는 근대적 교육체제를 생략하거나 단축하고 이른 시기에 데뷔하는 10대와 20대들이 조금씩 늘어날 것이다.
검정고시를 보고 대학을 가거나 영재코스를 밟는 경우, 고등학생으로 창업하거나 발명가가 되는 경우가 그렇다. 구미에서는 환경운동가나 아티스트, 디자이너, 웹프로그래머 등 예술과 지식 분야에는 10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체계적으로 자기 미래의 삶을 관리하는 젊은이를 자기트레이너라고 부른다. 오늘날 젊은이 가운데는 인생설계형 장인도 많다.
어린 시절부터 30대 이후 전문가의 길을 갈 계획을 세우고, 오로지 그것을 이루기 위한 준비를 하고 교육기간을 설계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연예인의 매니저처럼 부모가 교육매니저를 맡기도 한다. 특정분야의 청소년을 위해 경력을 관리하고 성장을 지도하는 산업이 유망하게 될 것이다.
홈페이지 www.givenzoneqx.com
-하이킥 라이프 연재를 이상으로 끝마칩니다.
르포르타주 저널리스트 ann-bc@hanmail.net사진 원유헌 기자 youhon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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