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유방암 환자가 잘 낫지 않는 원인은 보조항암제 ‘타목시펜’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 밝혀냈다.
한원식 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29일 “유방암 환자 9,885명을 분석한 결과 35세 미만 젊은 환자는 보조항암제 타목시펜을 투여해도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를 암치료분야 국제학술지 ‘임상종양학(Journal of Clinical Oncology)’ 인터넷판에 발표했다. 반면 35세 이상 유방암 환자군은 타목시펜을 투여한 결과 사망률이 31.9%나 낮아졌다.
타목시펜은 유방암 세포에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있는 환자에 투여하는 보조항암제다. 암세포에 여성호르몬 수용체가 있다는 것은 암세포가 여성호르몬과 결합해 성장한다는 것을 뜻한다. 때문에 여성호르몬 수용체 차단제인 타목시펜을 투여하면 여성호르몬이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해 암세포가 성장하지 못한다.
이번 연구는 타목시펜이 유독 35세 미만 젊은 여성들에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으나, 아쉽게도 그 원인은 규명하지 못했다. 35세 미만 젊은 유방암 환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여성호르몬과 수용체를 차단해줄 약이 현재로선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젊은 여성에게 권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한원식 교수는 “타목시펜에 대한 저항성을 극복할 치료제가 적어도 5년 내에 나올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난소억제제로 여성호르몬이 분비되지 않도록 하는 게 최선의 치료”라고 설명했다. 연간 발생하는 35세 미만 유방암 환자는 1,000여명으로 추정된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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