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의 슬라이더가 베컴의 프리킥처럼 휜다(bend like it Beckham).”
팍스스포츠 캐스터가 감탄사를 내질렀다. 김병현이 던진 슬라이더가 원을 그리듯 바깥쪽으로 휘자 내셔널리그 타율 1위 데릭 리(0.357)는 헛방망이질을 했다.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의 베컴이 찬 프리킥이 골키퍼를 농락하며 골인된 장면이 떠올랐을까.
콜로라도에서 플로리다로 이적하면서 붙박이 선발투수가 된 김병현(28)이 29일 새벽(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의 방문경기에서 올 시즌 세 번째 승리를 거뒀다. 6이닝을 3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김병현의 활약에 힘입어 플로리다는 5-3으로 이겼다.
춤추는 슬라이더와 부활한 강속구
시즌 3승(2패)을 거둔 김병현은 승리투수가 된 뒤 “구위가 아주 만족스럽다. 포심 패스트볼을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병현의 직구는 시속 91마일(약 148㎞)까지 찍었고, 슬라이더는 애리조나 시절 전성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컵스 4번타자 리는 1회 1사 1루서 김병현의 몸쪽 꽉 찬 직구에 방망이를 휘둘러 보지도 못한 채 삼진으로 물러났다. 3회 2사 1ㆍ3루 두 번째 타석에서는 바깥쪽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 ‘한국형 핵잠수함’이 쏜 어뢰는 공 끝이 꿈틀거릴 뿐 아니라 낮게 깔려 컵스 타선을 농락하기에 충분했다.
역시 마음이 편해야 몸도 편할까. 김병현은 코칭스태프와 사이가 나빴던 콜로라도에서는 1승2패 평균자책점 10.50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플로리다로 옮긴 뒤 2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을 5.16까지 끌어내렸다.
좌타자 제압과 투구수 조절은 숙제
김병현은 6회까지 105개의 공을 던졌다. 투구수 100개가 넘어선 6회에도 김병현의 공은 힘찼다. 하지만 김병현의 투구수가 100개 안팎에서 조절되기에 투구수가 많은 게 사실이다. 릭 크래니츠 투수코치가 “선발투수의 몫을 톡톡히 해냈다”고 칭찬했지만 투구수를 조절해야 할 필요가 있다.
컵스 타선에서 좌타자는 2번타자 클리프 플로이드가 유일했다. 김병현은 플로이드에게 안타 하나와 볼넷 2개를 허용했다. ‘잠수함 투수는 좌타자에 약하다’는 생각이 속설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김병현은 “좌타자는 체인지업으로 요리하면 된다”고 말했지만 좌타자 상대 요령은 투구수 조절과 함께 하루 빨리 풀어야 할 숙제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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