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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광주 정책비전대회/ 황영식 논설위원의 관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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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광주 정책비전대회/ 황영식 논설위원의 관전기

입력
2007.05.2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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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광주 5.18 기념문화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정책토론회는 서둘러 차린 셈 치고는 제법 잘 차려진 밥상이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보수개혁 색채의 경제정책과 신념과 실행력의 지도력을 변함 없이 강조했다.

반면 홍준표. 원희룡. 고진화 의원은 한나라당의 보수 이미지와는 저마다 거리를 둔 서민 경제와 사회적 기회 균등, 생명과 평화의 정치를 각각 내세웠다.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의 탈당 이후 한동안 우려된 중도진보 색채의 구멍이 메워진 듯했다.

광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권은 한나라당의 최대 취약지다.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가 극적인 경선 승리의 발판을 닦은 광주에서, 한나라당도 당의 화합을 강조하는 나름대로의 성공은 거둔 듯하다.

토론회가 시작되기 전 한나라당 관계자에게 물어보았다. 왜 첫 정책토론회를 광주에서 시작했느냐고. 그의 대답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지금은 5월이고, 광주는 민주화를 상징하는 꽃 같은 도시 아닙니까.” 강재섭 대표가 이날 ‘한국정치사 최초’라고 강조한, 본격적 경선 돌입 직전의 정책토론회라는 형식은 분명히 새로웠다.

토론회의 온화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도 민주적 토론의 모습을 과시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예상대로 이날 토론회의 칼날은 주로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를 겨누었다. 이 전 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 ‘747’ 공약과 박 전 대표의 ‘줄푸세’. 열차페리 공약이 공격의 주된 표적이 됐다. 거창한 약속이기도 하지만 선두와 2위 주자가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이다.

특히 국회나 TV에서의 잦은 논쟁으로 단련된 홍 의원의 칼끝은 날카롭게 빛났다. 이 전 시장의 대운하 구상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 여러 차례 모의연습을 거쳤을 이 전 시장도 작은 틈까지 다 막지는 못했다.

원 의원도 이곳 저곳을 날카롭게 파헤쳤고 맑은 이미지를 부각했다. 고 의원은 무겁고 두터운 칼을 여러 차례 흔들어 시원한 느낌을 주긴 했지만 초식의 엉성함이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정책토론회의 논쟁과 주요 정책공약의 허점에 대한 지적이 최종적으로 한나라당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예비주자 개개인의 역량에 따라, 정치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적당한 가지치기는 나무가 높고 곧게 자라 거목이 될 수 있도록 하지만 자칫 실수로 가운데 가지를 쳐 버리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땔감용 나무가 될 뿐이다.

또 아무리 가지치기가 잘 된 나무도 두텁고 부드러운 흙과 적당한 비가 없으면 자라지 못한다. 나무를 다듬는 것은 한나라당의 일이지만 최종적으로 키우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뚜렷한 이미지를 각인한 홍 의원 등이 서로를 아끼는 마음으로 6월28일 서울정책토론회 때까지 건전하고 세밀한 정책토론을 거듭해 주길 기대한다.

이날 토론에 앞서 5명의 예비주자는 공정 경쟁 및 경선 승복 서약을 했다.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고, 최종 선출된 후보를 중심으로 대선승리에 적극 협력한다는 다짐이었다.

정책토론의 내용은 회를 거듭할수록 알차지겠지만 그럴수록 조금씩 감정의 앙금도 쌓여갈 수 있다.

남도의 들녘에는 지금 다 익은 보리를 베고, 물 댄 논에 써레질을 하고, 모를 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보릿고개야 먼 옛날이야기가 됐지만 농사철의 구획을 긋는 일은 옛날 그대로다.

보수정당의 간판을 이어온 한나라당은 때로는 수구 기득권 세력의 대변자로, 때로는 경제발전의 견인차로 여겨져 왔다. 부의 이미지를 줄이고, 실용적 개혁자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한나라당에 지금 요구되는 구획 짓기의 내용일 것이다.

토론회 도중 참석 당원들은 간혹 박수는 쳤지만 연호나 함성은 자제했다. 토론회가 끝난 후 예비주자들이 회장을 빠져 나갈 때 여러 차례 커다란 함성과 연호가 울렸다. 그 함성이 마지막에 누구에게 돌아갈 것이냐를 가를 한나라당 경선의 막이 이제 막 오르려 하고 있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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