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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낯선 오페라 '보체크' 쉽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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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낯선 오페라 '보체크' 쉽게 보기

입력
2007.05.29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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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체크> 어때?""정말 짜증나."

23일 밤 예술의전당 카페에서 지휘자인 정치용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20대 남녀 10명과 둘러앉아 알반 베르크의 오페라 <보체크> 를 놓고 '5자놀이'를 하고 있었다. 예상과 다른 정 교수의 답변에 커다란 웃음이 터졌다.

웃음이 가라앉자 정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보체크> 는 억압받는 인간의 내면을 처절하게 표현한 작품인 동시에 음악적으로도 모든 구조를 망라한 걸작이에요. 표현주의와 무조 기법이 어렵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금 한국 사회에도 보체크의 시선과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10명의 예비 관객은 녹음기, 카메라, 수첩에 정 교수의 이야기를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작품에 대한 질문 외에도 "지휘할 때 팔이 아프면 어떻게 하는가" "트롯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졸릴까" 등 갖가지 질문이 쏟아졌다.

2시간이 넘게 이어진 이날의 만남 후 싸이월드 홈페이지(town.cyworld.com/nationalopera)와 각종 블로그에는 '무릎팍 도사'에 정 교수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부터 동영상, 웹진 등 유쾌하고 통통 튀는 형태의 후기들이 올라왔다.

이는 국립오페라단이 <보체크> 의 한국 초연(6월 14~17일 LG아트센터)을 앞두고 진행 중인 관객 참여 프로그램 '10인의 파파라치'의 한 부분이다. 난해한 현대 오페라라는 선입견을 걷어내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젊은 세대의 시선을 홍보에 활용한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

13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파파라치'들은 연출가와 지휘자 인터뷰, 출연진과 함께 하는 공개 강좌와 세미나, 연습 장면과 무대 리허설 참관 등 다각도로 초연 과정에 참여한다.

그리고 이 과정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제작해 웹상에 퍼트린다. 네티즌의 호응에 따라 결정된 우승자는 국립오페라단의 전 공연 티켓을 받는다. 기존의 서포터스나 모니터 요원 등보다 한층 적극적인 방식이다.

국립오페라단의 오승희씨는 "웹상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젊은 세대들의 특징을 작품 제작 과정부터 활용해 잠재 관객을 개발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하고 "반응이 좋아 다음 작품에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연 전에 미리 관객과 만나 대화를 나누기는 처음이라는 정치용 교수는 "참가자들의 열의가 대단해 깜짝 놀랐다. 낯선 현대 오페라이기에 이런 방식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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