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이라크 아르빌의 자이툰 부대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오모(27) 중위의 유해 안장 문제를 놓고 국방부가 고민에 빠졌다. 현장 조사에서는 일단 자살로 추정하고 있지만 동기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만일 ‘단순 자살’로 결과가 나온다면 국립현충원에 묻히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문제는 유족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다 국립묘지에 묻히지 못하는 첫 해외파병자라는 선례를 만든다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28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르기로 했던 오 중위의 영결식이 유족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초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르고 시신을 화장한 뒤 대전국립현충원에 봉안하기로 유족과 합의했지만, 행사 직전 일부 유족이 장례 형식과 봉안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군 당국자는 “장례 절차를 오 중위 가족의 의견이 종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족 대표와 합의했는데 일부에서 반발하고 있다”며 “이들은 수사 자료 전체를 넘겨주도록 요구하는 것은 물론 장례를 부대장으로 치르고 봉안 형태의 임시 조치가 아니라 현충원 안장으로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이날 영결식장에서 “군 조사단은 영결식 전까지 수사 자료를 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이를 거절했다”며 “말을 자꾸 번복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수사가) 자살 의혹 쪽으로 가는데 유족들이 상처 받고 있다”며 ▲오 중위의 실제 사망시간이 알려진 것 보다 2시간45분 전이라는 제보가 있고 ▦총기발사 재연에서 총성이 밖에서도 들릴 정도였으며 ▲시신의 총상 부위 탄흔에 의문이 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국방부 당국자는 “군 수사팀의 현장 조사 결과 자살로 본다는 데는 유족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장에서 유서 등 동기를 추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으며 자이툰 부대원 면담조사에서도 부대생활에 특별히 문제가 있다는 정황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더라도 격오지 근무에 따른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추정한다면 오 중위의 죽음을 복무와 연관된 ‘순직’으로 인정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립현충원 안장을 결정하는 안장심의위원회는 지금까지 순직으로 인정되지 않는 자살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배제하고 있다.
김범수 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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