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처에 스키장도 없는데 스키 대여점이 장사가 되겠어요?" "대여는 무슨, 안에 한번 보라고. 보드 너댓 개 걸어두고 무슨 렌탈을 하겠어, 저거 다 보상 받으려고 간판만 달아놓은 거지."
경시 화성시 동탄면 산척리 일대 한 시골마을. 내달 발표될 분당급 신도시 선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동탄신도시 주변 마을인 이곳에는 마을 초입부터 상가 점포가 빽빽하게 들어선 단층짜리 가건물이 잇따라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간판만 번듯하게 달려 있을 뿐, 모두 집단 휴업이라도 한 듯 문을 연 곳은 한곳도 없다.
마을 주민 한 모씨는 이에대해 "신도시 개발이 될 경우 보상 과정에서 상가 딱지라도 받기 위해 유령 상가를 세워놓은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분당급 신도시에 명품 신도시 건립 호재가 수도권 일대에 확산되면서 유력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위장 전입과 불법 투기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미 동탄면 산척리와 송리 등 기존 동탄신도시 주변의 크고 작은 마을에는 상가 딱지를 받기 위한 '유령 상가'가 난립하고 있다.
산척리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동탄 일대에 들어선 유령 점포만 50여개가 넘을 정도로 불법이 난무하고 있다"며 "실제로 상가 안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점포 안에 재봉틀과 옷걸이 몇 개 넣어 놓고 세탁소나 옷가게 간판을 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 상가 딱지를 타내기 위한 것으로, 지분 쪼개기를 하듯 한 점포에 간판을 두개씩 다는 곳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명품 신도시 선정 가능성이 높은 고양시 주변에서는 논길을 따라 비닐하우스 수십여 동과 조립식 가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이곳 역시 토지 보상을 노린 엉성한 신축 건물들로, 영업이나 경작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용도 미지정인 논밭에 가건물을 짓는 것은 제도적 허점을 악용한 투기행위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들 가건물들의 경우 허가를 받아 건물을 지으면 논이나 밭으로 보상 받을 때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점을 노린 것이다.
광주시 오포읍 일대는 보상액수를 높이기 위해 형질 변경된 농토나 지장물이 급격히 늘고 있다. 벼농사를 짓던 농지가 객토 작업을 통해 밭으로 바뀐 곳들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용인 모현읍도 수십평에서 수백평의 농지들도 형질 변경을 위한 객토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일부 농지에는 성토 작업을 한 뒤 수십여 그루의 과실수가 심어졌다.
한 지역 주민은 "이왕 보상을 받을 거라면 한푼이라도 더 받겠다는 심리 때문에 저러고들 있다"며 "벼농사 지역보다 밭농사 지역이 토지 보상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서둘러 형질변경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장전입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분당급 신도시 후보지로 유력하게 꼽히는 경기 용인시 모현면 지역에서는 주민등록만 기재돼 있고 실제 거주하지 않은 위장전입자 51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위장전입자 가운데 상당수는 향후 신도시 지역에서 아파트를 우선 분양 받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모현면 일대는 그 동안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했으나 지난해 말부터 신도시 후보지라는 소문이 돌면서 전입 인구가 지난해 11월 83명, 지난 2월 179명 등으로 크게 증가했다.
일선 시 관계자는 "신도시로 지정되면 실제 영업 여부나 불법 행위 등을 조사해 부당하게 보상금이 풀리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전태훤기자 besame@hk.co.kr사진 화성=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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