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8일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주도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을 문광위로 불러들여 난타했다. 기자실 통폐합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잘못된 조치라는 데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따로 없었다.
“대통령 탄핵사유”, “5공의 언론통폐합”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김 처장은 “정치권과 언론계의 지지는 고려대상이 아니다”라는 둥 강변과 궤변으로 일관해 비난을 자초했다.
① 기자실 통폐합 조치 부당성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자신의 명패 아래 ‘폐지하라! 문책하라!’고 적힌 종이카드를 내붙인 채 “정부가 하는 일이 하도 황당무계해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며 “억장이 무너져 내린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김학원 의원은 “입헌국가 정치의 역사는 언론자유 확장의 역사”라며 “대통령이 언론자유에 대해 위헌적 조치를 하면 탄핵사유”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찬숙 의원은 “취재공간을 줄이고 공무원 접촉을 금지해 언론자유를 말살하는 것이 5공 때 언론통폐합과 무엇이 다르냐”며 “정부는 필요한 것만 홍보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우리당 우상호 의원은 “공직자들의 정보 공개 속성을 바꾸지 않고 기자실 통폐합만 밀어붙이는 것은 취재의 자유를 억압할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김 처장은 그러나 “기자실 통폐합 등은 전세계적 추세”라며 “언론탄압 주장은 감당하기 어려운 비판”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②국정홍보처의 여론 수렴 논란
의원들은 국정홍보처가 기자실통폐합 방안을 마련하면서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만 거친 사실을 지적하며 “그건 사기”(김학원 의원)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홍보처는 언론학회, 취재기자 등 90명의 의견수렴을 했다고 했는데 이중 54명이 공무원”이라며 “또 기자협회에서 실질적인 소통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는데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노당 천영세 의원은 “의견수렴이라는 것이 밥 한끼 먹고 일반적 이야기를 한 것이 고작 아니냐. 정부안을 내놓고 물어보았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정부안을 내놓고 의견을 수렴했으면 정상적 발표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납득이 가지 않는 대답을 했다.
③김창호 처장의 궤변
김 처장은 기자실 통폐합 조치를 변호하느라 궤변을 잔뜩 늘어 놓았다. 그는 여론 수렴이 부족했다는 지적에 “‘국민 알 권리’의 주체는 네티즌이며, 네티즌 70%의 지지를 받고 있다”며 “언론계나 정치권이 지지할 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했다.
박찬숙 의원이 “CBSㆍ리얼미터 조사에선 반대가 더 높았다”고 꼬집자, 김 처장은 “그 설문에는 치명적 결점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기자가 공보관실을 통해 절차를 밟지 않고 공직자 사무실에 드나드는 것은 무단 출입”이라는 김 처장의 발언도 난타를 당했다.
한나라당 이재웅 의원이 “기자가 잡상인이냐. 내가 절차 거치지 않고 처장 사무실에 가도 무단 출입이냐”고 하자 “의원님은 기자가 아니라서…”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박찬숙 의원이 “무단 출입 사례를 들어 보라”고 요구하자, 김 처장은 “각 부처에서 보고 받은 게 있다”고 피해 갔다.
김 처장은 또 “참여정부가 정치적 고려에 따라 정책을 하는 것을 보았느냐”, “정부와 언론 관계가 권위주의 시대 본질적 유착 관계이고 국민의 정부 때 대립적 유착 관계였다면, 지금은 건전한 긴장관계” 라며 자화자찬을 계속했다.
④국정홍보처 폐지 공방
국정홍보처 폐지에 대해선 정당별로 찬반이 엇갈렸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해바라기 홍보처, 정권 홍위병인 국정홍보처인 현재 11개 법규와 22개 조항을 위반하는 등 법 위에 무소불위 군림하고 있다”며 끈질기게 폐지를 촉구했다.
민노당 천영세 의원도 “홍보처 예산 350억원 중 100억원을 입법부 압박용으로 쓰는 등 정권 홍보 일변도”라고 가세했다.
반면 우리당 우상호 의원은 “기자실 없애니 홍보처도 없애라고 하는 것은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 건교부도 없애라는 식의 무정부주의”라고 반박했고, 같은 당 정청래 의원도 “5공 때 공보처로 가자는 거냐”고 꼬집었다.
김 처장은 “홍보처를 폐지하면 정책 실현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며 “국정홍보처 폐지론보다 확대발전 강화론이 필요하다”고 반격했다.
이태희기자 goodnews@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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