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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연세대 농구부 파이팅!

입력
2007.05.28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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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모 방송을 통해 '죄송합니다. 운동부입니다'라는 시사 프로그램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연세대 농구부 소속 17명의 선수들이 대학 캠퍼스에서 '학업과 운동'을 병행하며 겪는 시행착오와 조금씩 책과 가까워지는 현장을 담은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우리나라 운동 선수들이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낸다는 것은 애써 외면해온 공공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학원 스포츠의 모순을 깨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보려는 그들의 외로운 도전은 세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번 학기부터 시작된 그들의 도전이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아침 6시30분에 새벽훈련을 해야 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각자 수업에 참가해야 한다. 그리고 오후 훈련에 이어 밤 11시30분까지 계속되는 야간 훈련이 끝나면 몸은 파김치가 되게 마련이다. 그야말로 주독야훈(晝讀夜訓)인 셈이다.

한 선수는 처음 들어가 보는 도서관에서 길을 헤맨 끝에 책을 빌리는 데 성공했고, 한 선수는 동기생의 도움을 얻어 짧은 리포트를 쓰느라 1주일을 끙끙대기도 했다.

낯선 수업과 고된 훈련에 지친 그들은 대회를 앞두고 일순간 숙소를 떠나 집단 이탈을 감행하기도 했다. 결국 첫 시험 관문인 시즌 첫 대회에서 일부 선수들이 탈진하는 등 악전고투 끝에 결승 진출 실패라는 좌절을 겪기도 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어느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부와 명예가 뒤따른다. 하지만 운동으로 부와 명예를 얻는 선수는 극소수다. 그렇다고 학업을 전적으로 도외시하는 스포츠스타가 용인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에 진출하는 일부를 제외한 학생 선수들은 대부분 운동을 그만 두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이 절대적으로 취약하다. 중ㆍ고교에서 수업은 뒷전인 채 학교의 명예를 빛내고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모든 시간을 훈련에만 쏟아 붓기 때문이다.

대학졸업 후 운동만으로 생계를 해결 할 수 있는 선수는 5%에 불과하다는 통계이고 보면 나머지는 준비 없이 사회에 진출해 낙오자가 될 확률이 크다.

기자도 학창시절 같은 반 운동 선수들의 얼굴을 교실이나 강의실에서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간혹 수업에 들어오면 책상에 엎드려 자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들의 얼굴을 보려면 체육관이나 경기장을 찾아야 했다.

운동 선수들로부터 학교수업을 빼앗아 간 것은 체육특기생 제도와 대학진학 특전이다. 일면 체육특기생 제도와 대학진학 특전이 한국을 스포츠 강국으로 발돋움 시키는 데 일조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운동하는 기계'를 양산 하는 현재의 학원 스포츠 왜곡상을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운동하는 기계'임을 거부하고 '운동하는 인간'으로 새로 태어나겠다는 취지 아래 출발한 연세대 농구부의 '두 마리 토끼 잡기'는 현재진행형으로 분명 앞으로 수 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10여년 가까이 운동만 해 온 탓에 아직도 강의실 의자는 가시 방석일지 모르고, 고된 아침 운동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의 도중 꿈속에서 헤매는 일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도전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비록 C학점, 아니 D학점에 그칠 지라도 그 자체가 사회를 향한 거대한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부디 연세대 농구부의 외로운 도전이 소중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여동은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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