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7일간에 걸쳐 열린 제49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지난 28일(한국시간) 왕리친(1위ㆍ중국)의 남자단식 우승을 끝으로 막이 내렸다. 이번 대회는 1년 뒤 열릴 2008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세계 탁구의 판도와 한국 탁구의 가능성에 대해 살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유승민의 부활
한국 대표팀의 가장 큰 수확은 ‘탁구천재’ 유승민(7위ㆍ삼성생명)이 살아난 점이다. 2004아테네올림픽 금메달 이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던 유승민은 최고 권위 대회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다시금 정상 정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유승민은 공식경기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한 티모 볼(4위ㆍ독일)을 꺾었고 국내에서 1년 반 가까이 이겨보지 못한 대표팀 선배 오상은(6위ㆍKT&G)도 이겼다.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한 최강 왕리친(1위ㆍ중국)과도 풀세트 접전을 벌이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대회 직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두 계단 상승한 7위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유승민이 올림픽에서 또 다시 금메달을 차지한다면 세계 남자탁구 사상 최초의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여자부 가능성 발견
세계선수권 개막 전까지만 해도 여자부는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수년간 세계랭킹 12위 김경아(대한항공) 외에는 뚜렷한 주자가 나타나지 않았고 김경아마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김경아-박미영(22위ㆍ삼성생명) 복식조가 당당히 동메달을 차지했고, 단식에 나선 김경아와 이은희(52위ㆍ단양군청)가 8강까지 오르는 등 기대 이상의 선전을 거듭했다. 여자 대표팀의 현정화 감독은 “합숙훈련을 통해 조금만 전열을 보강한다면 내년 올림픽에서도 한번 해볼만하다”고 은근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중국 천하, 유럽 몰락
역시 세계탁구는 ‘만리장성’이 지배하고 있었다. 중국은 이번 대회 남녀 단복식의 모든 타이틀을 석권하며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중국은 남자 단식에서 우승자인 왕리친과 마린(2위) 왕하오(3위)가 확실한 3인방 체제를 구축했고, 여자부도 장이닝(1위)과 궈예(4위)를 중심으로 난공불락의 절대 강자임을 보여줬다. 반면 유럽은 몰락했다. 유럽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티모볼(4위ㆍ독일)이 유승민에게 8강에서 패했고 삼소노프(5위ㆍ벨라루시)도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막강 중국을 그나마 견제할 수 있는 대안은 역시 한국 탁구 외에는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그레브(크로아티아)=김기범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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