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공개된 한미 FTA 협정문에는 표현의 모호함 때문에 향후 양국간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는 잠재 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양국이 채택한 금융서비스 분야의 부속서한은 “미국은 한국이 금융허브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긍정적인 조치를 인정하면서 한국의 3가지 규제 이니셔티브를 환영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인 3가지 조치에는 국내에서 아직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서비스 분야의 네거티브 규제 접근(자본시장통합법) ▦2단계 방카슈랑스 이행 등이 포함됐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협정문 공개와 동시에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한국이 방카슈랑스 개혁, 네거티브 규제 등과 같은 규제 개혁을 약속했다(Committed)”고 표현했다. 그러나 정부 해석은 다르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미 행정부가 대내 설득용으로 ‘약속’이라고 표현한 것 같다”며 “‘환영’이라는 표현 자체에는 구속력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편 전 분야의 민간 기업 참여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미국 측에 약속했지만 실제 이행단계에서는 논란이 일 수 있다. 부속서한에는 “우편법 또는 관련 법률을 개정해 민간 배달 서비스의 범위를 증대하기 위해 우정 당국의 독점에 대한 예외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러나 정부는 “전형적인 비구속적 문서이자 선언적 문서”라는 입장이다. 우편 민영화 확대 ‘검토’일 뿐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양국은 저작물의 무단 복제나 배포 또는 전송을 허용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하기로 하고, 저작권자의 요청시 온라인 서비스 사업자가 보유한 저작권 침해자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에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집행 기준은 아직 없다. 향후 법령 개정 등의 과정에서 우리 측의 대응이 미온적이라고 미국이 판단할 경우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다.
투자자-국가간 소송제(ISD)의 간접수용 대상에 부동산 정책을 포함시키지 않기로 했지만 협정문상에는‘부동산가격안정화대책’으로 표현돼 있어 어디까지가 안정화 대책인지를 놓고 한미 양국이 옥신각신할 소지가 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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