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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분야 개인연구 '지원 별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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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분야 개인연구 '지원 별따기'

입력
2007.05.2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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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국립대 화학과의 A교수는 정부 연구비 지원 신청을 포기했다. 그는 화학계의 대표적인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에 연 2편의 논문을 발표할 만큼 연구역량을 갖춘 중견 교수다. 그러나 최근까지 3차례나 10대1이 넘는 연구비 지원 경쟁에서 미끄러진 뒤, 개인 연구 프로젝트를 정부 연구비로 충당하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정부의 연구개발(R&D)비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늘고 있는 나라에서 교수들이 연구비가 없어 허덕이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가 21세기프론티어연구사업, 차세대성장동력사업, 대형국가연구개발실용화사업 등 연 50억~100억원씩 쏟아 붓는 대형, 목적지향적 사업에 주력하는 가운데, 수학 물리 화학 등 기초분야 연구자들의 개인별 연구는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고사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연구개발비로 지난해보다 9.6% 늘어난 9조7,600억원을 책정하는 등 최근 5년간 평균 10.6%씩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왔다. 기초과학에 지원하는 예산 비중도 25%나 된다.

그러나 교수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이런 숫자와 동떨어져 있다. 기초연구비로 분류돼도 대부분 대형 과제에 포함돼 있어 지원대상이 극히 제한적이다. 2004년 감사원 자료를 보면 전체 교수의 77.4%는 정부 연구비를 구경조차 못했다.

현실이 이러니 교수들은 창의적 문제가 아닌 유행을 따라 줄을 선다. “정부가 주목하는 대형과제와 관련 없으면 연구비를 확보하기가 어려워 자연히 ‘뜨는 연구’에 휩쓸려간다”는 게 연구자들의 말이다.

서울 사립대 수학과의 B교수는 그 동안 뛰어난 연구성과 덕분에 적잖은 연구비를 확보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실적용이었고, 진짜 하고 싶은 연구는 이제부터”라고 말했다.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모를 문제에 매달렸다가 자칫 연구비도, 진급도 없이 도태될까 봐 정말 전념하고 싶었던 문제는 미뤄두었다는 뜻이다. 그는 나름대로 생존에 성공했지만 늦은 나이에 성과가 나올지 우려하고 있다.

한국물리학회 간사 김승환(포스텍 물리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20%의 연구자들이 80%의 성과를 내는 전형적인 선택과 집중 구조를 통해 성공적으로 과학기술 역량을 발전시켜왔다”며 “그러나 선진7개국(G7)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방치되는 연구역량을 모두 결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자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과 1인당 국민소득을 기준으로 한 국력과, SCI 논문수를 기준으로 한 과학기술역량은 놀라우리 만치 정확히 비례한다.

이를 보면 선진국의 SCI 논문수는 최소 4만건으로 우리나라의 2배다. G7을 따라잡으려면 ‘노는 과학자’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교수는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2.5%만 1만 명에게 지원해도 창의적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한수학회 한국물리학회 대한화학회가 결성한 기초과학학회협의체는 28일 서울 과총회관에서 포럼을 열고 풀뿌리 기초과학 살리기를 강조할 예정이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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