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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민주화운동 20주년/ 운동권 선배와 비운동권 후배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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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민주화운동 20주년/ 운동권 선배와 비운동권 후배의 대화

입력
2007.05.27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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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대학생들은 학교와 거리에서 군사 독재의 억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쳤다. 정의와 자유, 독재 타도라는 시대적 소명 앞에 전공 공부와 취직 준비는 뒷전에 밀렸다.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젊음을 바쳤던 그들이 어느덧 40대의 중년으로 각 분야에서 한국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2007년의 대학생들은 취업 대란 속에서 전공 공부와 고시 공부에 매달려 있다.

1987년 당시 고려대,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이인영, 우상호 의원(이상 열린우리당)과 두 대학 현 총학생회장이 만났다. 20년 전 대학졸업 후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던 아버지 김승훈(47)씨와 올해 서울대에 입학한 딸 여름(19)씨도 얼굴을 맞댔다. 대학생의 사회 참여, 학생 운동의 현실 등에 대한 이들의 세대 차이는 뚜렷했다.

이인영(고려대 국문 81학번), 우상호(연세대 국문 84학번) 의원과 비운동권인 고려대 총학생회장 박상하(재료 04학번), 연세대 총학생회장 최종우(신학 04학번)씨는 총학생회와 대학생의 역할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들의 만남은 20년이라는 세월이 말해주듯 시대 상황과 정치ㆍ사회적 분위기 변화에 따른 인식차이를 드러내기도 했다.

최종우 회장(이하 최)_ “5ㆍ18과 6월 민주화운동(6월 항쟁) 등을 잘 모른다. 취업 준비와 경력 쌓기, 학점 관리 등 할 일이 많아 신경 쓸 여력이 없다. 선배들한테 들어본 적도 없다. 비운동권이기 때문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이인영 의원(이하 이)_ “선배들의 탓도 크다. 6월 항쟁을 이끌었던 우리에 대한 사회의 기대는 매우 컸다. 과거와는 다른 개혁을 실천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졌지만 그 기대만큼 하지 못했다. 때문에 ‘386 기득권 세력’이라는 뼈 아픈 지적도 많다. 6월 항쟁을 후배들에게 좀 더 자랑스럽게 알렸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우상호 의원(이하 우)_ “과거에는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과제를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보고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남북ㆍ교육ㆍ양극화 등 그 때와는 다르지만 학생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는 많다. 시대를 고민하고 선봉대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바로 대학생이라는 점은 잊지 않아야 하는데 씁쓸하다.”

박상하 회장(이하 박)_ “통일 문제만 해도 대부분 대학생들은 ‘언젠가는 되겠지’라고 여길 뿐 자신들이 나서서 해내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최_ “지난해 비정규직 문제가 터졌을 때도 학생들은 머지 않아 자신의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하고 그저 ‘남의 일’이거니 여겼다.”

이_ “대학생들이 문제 의식이 없어서가 아니다. 문제 의식을 끄집어내서 조직화하고 대중운동 형태로 발현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총학생회나 학내 활동가들 책임이다. 지금 학생운동은 이슈를 만들고 공식화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다.”

우_ “후배들이 여는 집회를 지켜본 적도 있는데 재미와 감동이 없었다. 학생회가 온갖 고민을 혼자 다 한다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학생회도 나랑 같은 고민을 한다’고 인정 받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_ “지난해 고려대의 출교 조치만 해도 그렇다. 학교는 학생들을 완전히 내몰았다. 과거 군사정권 때도 없는 일이다. 2년 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주려던 것을 학생들이 반대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그렇게 나왔다고 생각한다. 학교가 너무 돈을 좇는 것은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박_ “출교 조치 당한 학생들이 교수에 대해 취한 태도도 문제가 많다. 기업이 학교 발전을 위해 기부하는 걸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옳지 않다. 시간을 준다면 이들 문제에 관해 선배들을 설득할 자신이 있다.”

이_ “95년부터 학생운동이 퇴조했다. 물과 물고기가 잘 만나야 되는데 지금은 물을 만나지 못했다. 이제는 혁명을 하거나, 사회를 바꾸는 주체가 학생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보다는 사회에 기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k.co.kr

■ 사회운동에 대한 세대간 시각차

김승훈씨는 1987년 6ㆍ10 민주항쟁 당시 신혼이었다. 대학 졸업 후 아내와 함께 노동운동을 하던 그는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자 주저없이 거리로 뛰어나와 시위대에 합류했다. 그의 딸 김여름(서울대 음대 작곡 1년)씨는 이듬해 6월 태어났다. 평소 격의 없이 자주 대화를 해온 부녀는 각자가 겪었던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시대의 고민을 얘기했다.

김여름씨(이하 여름) "고 3때 담임 선생님이 '데모하는 사람들은 빨갱이니까 총살해야 해'라고 말해 충격을 받았어요. 혼란스러웠지만 툭 터놓고 얘기할 친구가 없어 더 답답했구요. 선생님 말에 동의하는 친구들도 여럿 있었고 대부분 민주화 운동에 관심조차 없었거든요."

김승훈씨(이하 아버지) "약자가 강자를 상대로 정당한 요구를 하는 것이 어떻게 폭력이니. 시위대를 진압하는 정부가 더 폭력적이지. 이 코도 시위 중에 경찰의 방패에 맞아 깨졌다. 아빠와 엄마는 옳은 일(민주화)을 위해 정의롭게 행동했다고 생각한단다."

여름"지금 대학생들은 전공 공부에 시달리고 취업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대학생들이 사회 문제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애들도 많아요."

아버지 "20년 전에 비해 취업 부담이 커졌고 민주화가 많이 이뤄졌기 때문에 학생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것도 이해가 돼. 그렇다고 지금 사회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 끊임없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고 낙오하거나 가난한 사람은 살기가 더 힘들어. 내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정말 자유롭지는 않지."

여름 "아빠 말처럼 대학이 사회에서 동떨어진 것도 아닌데 대학생도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도 미래에 결국 우리의 문제잖아요. 그런데 얼마 전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 FTA 반대집회에 갔는데 엄마가 '불법 집회는 위험한데 왜 갔느냐'고 혼을 냈어요. 엄마는 지난날 제적까지 당하면서 학생운동을 했던 행동을 후회하는 듯 했어요."

아버지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게 부모 마음이란다. 박종철 열사의 어이없는 죽음에 참지 못해 거리로 뛰쳐나갔지만 만약 내 자식이 투쟁하겠다면 또 다르게 받아들였을 것 같다."

여름 "아빠는 늘 모두 잘 살려면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하셨죠. 대학생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버지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앞을 내다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 자신과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는 톨레랑스(관용)도 실천하길 바라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배려를 보여 줘야 할 의무도 있어. 사회 정의도 소리 높여 외칠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고. 사회 뿐만 아니라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다양한 사회운동 경험은 꼭 필요하단다."

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 대학생 100명중 23명만 "나는 진보"

대학생 100명 중 23명은 자신의 이념적 성향이 ‘보수적’이라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51명은 중도적이라고 답했고 진보적이라고 답한 학생은 23명에 그쳤다. 이는 진보와 개혁의 대명사로 알려졌던 대학생들의 보수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한국일보가 4개 대학(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학보사와 함께 4개 대학 학생 1,08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특히 부모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이 같은 경향은 뚜렷했다. 1달 평균 소득수준이 600만원 이상인 학생 중 31.7%가 ‘보수적’이라고 답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진보적’이라는 답은 21.4%로 가장 낮았다. 반면 200만원 이하의 경우 보수적이라는 응답은 15.5%로 가장 낮았고 대신 진보적이라는 응답은 29%로 가장 높았다.

단과대별로는 법대 학생들 중 보수적이라고 답한 비율이 44.3%로, 학년별로는 4학년이 29.8%로 가장 높이 나타나는 등 학년이 올라갈수록 보수화 했다.

조사 결과 학생들은 현실과 대학생의 사회 참여에 대한 괴리가 일어나고 있음도 드러났다.

“우리 사회가 민주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87.7%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대학내 민주화에 대해서도 82.7%가 부족하다고 했다.

“현재 대학생들은 정치 현안에 대해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모자라다(58.6%)는 응답자가 지나치다(7.6%)를 압도했다. 이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과거(6월 항쟁)와 같은 상황에 처한다면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62.3%가 아니라고 했다. 즉 민주화가 더 필요하고 대학생들이 더 나서야 하지만 “그게 나는 아니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여기는 학생 중 91.7%도 운동권 학생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답했다. 역시 진보적이라는 학생 중 학내외 집회에 참석한 학생은 10명 중 4명(25.2%) 정도에 불과했다.

대다수 학생들은 한국현대사, 민주화, 민주주의 등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한국 현대사에 관한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78.5%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인터넷 검색창에 민주주의 혹은 민주화를 쳐 본적이 있느냐고 묻자 73.1%는 그런 적 없다고 했다. 특히 공대와 의약학 계열 학생들이 가장 관심이 적었다.

박상준기자 butttonpr@hk.co.kr

■ 서울대·연대 "그날을 기억하자"

“권력에 대한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다” -밀란 쿤데라

1987년 6ㆍ10 민주항쟁 당시 부당한 권력에 맞서 싸웠던 상아탑이 항쟁 20주년을 맞아 “그날을 기억하자”며 망각과의 투쟁을 선포했다. 6ㆍ10 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고(故) 박종철, 이한열씨의 모교인 서울대와 연세대가 앞장섰다.

서울대는 대학 본부와 교수들이 직접 나섰다. 서울대와 서울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민교협)가 최근 함께 만든 ‘서울대 민주화 운동 기념위원회’(위원장 조흥식 교수)’는 다음달 7일 ‘6월 항쟁 20주년 기념식’을 연다.

이장무 총장과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박종철(언어학과 84학번)씨 등 서울대 출신 민주화 운동 희생자 20명의 유족, 학생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기념위원회는 올해 안에 4ㆍ19 기념탑과 박종철 열사비 등 추모비가 있는 교내의 20여 곳을 잇는 ‘민주화의 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형준 서울대 기획실장은 “환경대학원, 건축학과 교수들이 설계 계획을 곧 마련할 것”이라며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서울대인의 뜻을 기리는 동시에 학생들에게는 한국 현대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민교협은 이와 별도로 교내에 민주화 기념관을 만들고 ‘서울대 민주화 운동’을 핵심 교양 과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세대는 경찰이 쏜 최루탄에 스러진 이한열(경영학과 86학번)열사 20주기 추모제기획단 주최로 다음달 8일 중앙도서관 앞 민주광장에서 추모식을 연다. 기획단은 특히 2004년 훼손돼 총학생회가 보관중인 이씨의 영정 그림과 국립현대미술관, 광주비엔날레가 각각 소장하고 있는 이씨의 걸개 그림을 새로 만들어 처음 공개한다.

87년 당시 영정과 걸개 그림을 그렸던 최병수(47)씨가 똑 같이 직접 만들었다. 연세대 졸업생 모임인 이한열추모사업회, 연세대민주동우회는 9일 오후3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이한열 추모행사를 연다. 행사에서는 87년 당시의 경적시위를 재현하고 이씨의 추모식에서 ‘한풀이 춤’을 췄던 이애주 서울대 교수가 춤을 선보인다.

이화여대 출신들이 만든 이화민주동우회는 30일부터 학생문화관에서 6월 항쟁 당시 이대 학생들의 활동상을 담은 ‘이화 학생운동 사진전’을 연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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